국내은행 사외이사, '학계·서울대' 출신이 대세
국내은행 사외이사, '학계·서울대' 출신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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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은 교수·권력기관 출신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국내 국책은행과 주요 시중은행의 사외이사 10명 중 7명은 교수 혹은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직 교수의 비중이 가장 컸고,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9일 공공기관 알리오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3개 국책은행(KDB산업·수출입·IBK기업은행)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선임한 사외이사 32명 중 12명(37.5%)이 교수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가 11명(34.4%)을 차지했으며, 정계 출신이 3명(9.5%), 언론계와 재계 출신이 각각 1명(3.1%)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외이사의 71.9%가 교수와 권력기관 출신으로 구성된 셈이다.

우선 국책은행 가운데 KDB산업은행은 이례적으로 사외이사 전원을 현직 교수로 구성했다. 최근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롭게 선임된 신희택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와 정혜영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를 포함하면 4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학계 출신이다. 현재 산은을 지휘하고 있는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도 중앙대 교수 출신이다.

반면 다른 국책은행의 경우 학계 출신 사외이사가 한명도 없었다. IBK기업은행은 4명 모두 정계와 권력기관 출신으로 구성됐으며, 수출입은행 사외이사도 2명 모두 관료 출신이다.

4대 시중은행의 현황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 사외이사는 관료 출신이 3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중웅 전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위원회 위원장(옛 재무부 금융정책과장 출신), 오갑수 서울대경영대학 초빙교수(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강희복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전 재경부 차관) 등 3명이 권력기관 출신이다. 학계 인사는 송명섭 중앙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외에는 전무했다.

신한은행 사외이사는 가장 다양한 구성을 보였다. 총 6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학계 출신이 2명으로 가장 많았고, 언론, 관료, 금융 전문가, 재계에서 각 1명씩 분포됐다. 우리은행은 현직 교수와 금융계 인사가 각각 2명으로 구성됐다. 

또 하나은행은 사외이사 6명 중 3명이 학계, 나머지는 권력기관 출신이었다. 최근 선임된 사외이사로는 청와대 출신의 박봉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회장(대통령 정책기획비서관)과 학계 출신의 정영록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있다.

은행들은 학계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낙하산 논란'을 피할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최근 은행을 포함한 기업들이 교수 출신을 적극 등용하는 배경에도 이같은 측면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과거 정·관계 인사가 잇따라 금융기관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면서 은행 안팎으로 잡음이 일어난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권력기관 출신 인사가 은행권 사외이사 그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특정 분야의 인사가 과도하게 선임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사외이사의 출신 대학까지 특정 학교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편중 현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구성원들간 '라인'이 겹치면서 이사회 내부 견제기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사외이사 32명의 출신대학은 서울대가 17명(53.1%)으로 압도적이었고, 고려대·연세대 5명(15.6%), 그 외 5명(15.6%) 순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교수를 선임하면 일단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외이사 제도의 맹점인 거수기 논란을 피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다양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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