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의 '간섭'과 '책임' 사이
[기자수첩] 금융당국의 '간섭'과 '책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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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 자체가 결국 '관치금융'의 잔재 아닙니까."(A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구조조정 문제를 시장에만 맡겨놓으면, 장기적으로는 행정부의 자유방임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금융권 관계자)

최근 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둘러싸고 각계 전문가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상시화하는 방안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 시발점이다. 기촉법 상시화를 놓고 한쪽에서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효율성을 가진 기촉법을 상시화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위헌성을 비롯한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관치금융' 논란이 기업 구조조정 문제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점이 주목된다. 현재 일부 전문가들은 기촉법이 상시화될 경우 기업의 채무 문제를 법원이 아닌 금융당국이 관여한다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표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방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기촉법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경우 금융당국의 의중이 일부 반영된다. 이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관치(官治)의 힘을 빌려 채권금융기관을 압박하고, 자금 지원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기촉법을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같은 워크아웃이라도 '채권단자율협약'은 채권금융기관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아래 진행되고, 기업회생절차인 '법정관리'는 법원 주도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반면 반대편에서는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를 유기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효율성과 신속성이 뛰어난 제도인 만큼, 문제되는 부분을 개선해 상시화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 근거한다.

다시 말해 금융당국의 기업 구조조정 개입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과, 당연한 '책임'이라는 주장이 맞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싣기 어려울 정도로 논란이 분분한 만큼, 금융당국이 어려운 줄타기에 직면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돼 온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과도한 경영 및 인사 간섭에 따른 금융사의 본원적 경쟁력 훼손이 관치금융의 대표적인 폐해로 꼽힌다.  

하지만 개별 기업도 당국의 구조조정 개입을 관치금융의 폐해로 받아들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기업의 시각에서 당국의 채권단에 대한 간섭(자금 지원 독려, 채권 단독 회수 차단 등)은 '관치금융의 폐해'가 아닌 '동아줄'에 가깝지 않을까.

일부 기업의 경영실패로 인해 경제시스템이 흔들리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 역시 금융당국의 주요 책무다. 기촉법을 둘러싼 논의가 지엽적인 부분에 매몰되지 않고 '기업 살리기'라는 근본적인 취지에 집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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