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銀 노사 갈등 '점입가경'…10년만에 파업 수순
씨티銀 노사 갈등 '점입가경'…10년만에 파업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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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살생부 논란…노조, 지점 폐쇄 금지 가처분 신청

▲ 서울 다동에 위치한 한국씨티은행 본점.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수익성 강화를 취지로 잇따라 지점을 폐쇄하고 있는 가운데 영업점 평가자료를 놓고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살생부'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노사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는 지점 폐쇄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이 전국 영업본부장을 대상으로 작성한 'BM(Branch Manager·지점장) 평가 기초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자료는 지점장을 'Pass(통과) 그룹'과 'Doubtful(의심스러운) 그룹'으로 분류해 각각 이름과 지점명을 적도록 돼 있다. 은행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이 자료가 이른바 '살생부(Death Note)'로 불리고 있다.

이 자료는 지난 8일 씨티은행이 전체 점포 190개 중 약 30%에 달하는 56개 점포를 없애는 영업점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나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이 자료가 사측에서 구조조정 대상을 선별하는 기초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즉 Pass그룹은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 Doubtful 그룹은 구조조정 때 내보낼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

그러나 씨티은행측은 "BM평가 기초 자료는 매년 작성해 오는 자료"라며 "지점 축소에 따른 통합 영업점에 근무할 지점장 인력을 적재 적소에 재배치하기 위한 것이지 구조조정 차원은 전혀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지점장이 직원에게 같은 방식으로 기초 자료를 작성하게 한다는 노조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현재 씨티은행은 수익성 강화를 이유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은행측은 전일 부평중앙지점과 청담파크·영동·옥수동·방배남·명동·부천·남역삼·광장동·반포중앙 등 10개 지점을 폐쇄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영업점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며, 수원역·경서동·도곡매봉·압구정미성·이촌중앙지점을 닫겠다고 밝힌 데 이은 두 번째 공지였다.

현재 사측과 노조는 이견차로 대화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지점 폐쇄 방침에 반발해 파업 절차 수순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먼저 지난 10일 씨티은행 노조는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전일에는 법원에 사측의 점포 폐쇄 조치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도 제기했다. 노조는 오는 22일과 2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이 결렬될 경우 전면파업 등 단체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씨티은행은 2004년 이후 10년만에 파업을 하게 된다.

한편, 현재 씨티은행은 지점 축소에 이어 서울 다동에 있는 '핵심자산'인 본점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최근 노조와 만나 본점을 매각하고 내년 2분기 내로 여의도 IFC로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

씨티은행의 본점은 과거 한미은행 시절부터 햇수로 18년째 사용하고 있으며 2004년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합병한 후에도 사용해 온 상징적인 건물이다. 때문에 본점 사옥 매각은 씨티은행의 경영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씨티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지방은행보다도 못했다. 2013년 연간 당기순이익이 2191억원에 그치며 2012년보다 8.1% 감소한 것. 2012년 당기순이익은 2385억원으로 2011년(4568억원)대비 반토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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