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회피 논란…연봉공개 부담 작용
경개연 "향후 법적책임 지지 않겠다는 것"
[서울파이낸스 남라다기자] 최근 잇단 악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등기이사직에서 줄줄이 사퇴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올해부터 시작된 등기이사 연봉공개에 따른 부담이라는 해석과 함께 문제가 불거졌던 계열사에서 발을 빼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이 달 초 롯데알미늄의 기타 비상임이사직(등기 이사)에서 물러났다. 신격호 총괄회장도 지난 9일 롯데리아의 기타비상무이사에서 사임했다.
물류 계열사 롯데로지스틱스의 경우에는 총수일가인 신 총괄회장, 신 회장,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등 4명이 동시에 기타 비상무이사직(등기이사)에서 사퇴했다.
특히 이번에 등기이사 직함을 내려놓은 계열사들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거론됐던 곳들이다. 법적 책임까지 져야하는 등기이사직이 부담이 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로지스틱스는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롯데로지스틱스는 99%가 내부거래를 통해 99%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에도 비상장 계열사를 포함한 34개사에서 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100% 내부거래를 통해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여전히 거래비중이 높은 코리아세븐·바이더웨이, 롯데쇼핑간 거래는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거래를 통해 이뤄져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상이 등기이사직을 내놓은 롯데리아도 아르바이트생의 근무 조건이 열악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이 물러난 롯데알미늄은 2012년에 관계사인 롯데피에스넷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거래 과정에 끼어들어 통행세로 4년간 총 39억3400원을 챙겨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통행세는 총수 소유회사 등이 실질적 역할 없이 계열사 거래의 중간에 끼어들어 수수료만 챙기는 행위를 말한다.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만 5304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50%를 넘는다.
특히 올해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의 사건 사고로 사정기관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검찰이 롯데홈쇼핑의 전·현직 핵심 임원들의 납품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회사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번져 그룹 전체가 비상에 걸린 상태다.
또한,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123층 규모의 제2 롯데월드타워가 이 달 초 인명사고가 일어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은 데다, 롯데카드에서 고객정보가 유출돼 기업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의혹이 일었던 계열사에서 등기이사를 사임한 것은 앞으로 발생할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지난달말 상장사 등기이사의 연봉이 처음 공개된 것도 롯데 총수일가의 등기이사 사퇴의 또다른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 총수일가는 작년 배당금과 연봉으로 총 328억7467만원을 받아 챙겼다.
연봉만 따져보면 신격호 회장은 지난해 33억5000만원. 신동빈 회장은 44억4100만원, 신동주 부회장은 27억9100만원,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50억2900만원으로 총 156억1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배당금도 만만찮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9억5402만원, 신동빈 회장은 80억2648만원, 신동주 부회장은 72억7058만원, 신영자 사장은 9억1469만원으로 총 172억6367만원을 배당금으로 두둑이 챙겼다. 롯데쇼핑의 경우에는 작년 순이익(8855억원)이 전년보다 23.5% 감소했음에도 배당금은 줄이지 않고 총수 일가는 135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직을 잇따라 내놓은 것은 혹여라도 발생할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처음 공개된 연봉과 배당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었던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내 규모가 작은 계열사의 경우 전문경영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물러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