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홈쇼핑의 허울 좋은 윤리경영
[기자수첩] 롯데홈쇼핑의 허울 좋은 윤리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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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초롱기자] "우리는 협력사로부터 금품수수, 선물수수, 향응접대 등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부도덕한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롯데홈쇼핑 홈페이지 내 회사소개란에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 적혀 있는 문구다. 이 내용은 롯데홈쇼핑이 윤리규범에서 중요한 7가지 사항을 선정해 놓은 '우리의 약속 7대 항목' 중 하나로, 앞서 언급한 항목 말고도 "우리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형태의 부당행위도 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6가지 항목이 더 기재돼 있다.

이 페이지에서 롯데홈쇼핑은 윤리경영과 관련한 7대 항목 내용들을 롯데홈쇼핑 각 사무실과 회의실, 상담실에 액자로 부착해 임직원 이외 방문객 및 협력사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롯데홈쇼핑 임직원의 윤리경영 실천의지를 강조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터진 롯데홈쇼핑 임직원의 비리사건은 사측이 그동안 내세워온 '윤리경영'을 무색케 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7일 검찰은 롯데홈쇼핑의 납품업체 7곳과 대표 자택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하면서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수사 결과, 이모(47) 전 생활본부장과 정모(44) 구매담당직원(MD)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황금시간대 편성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각각 9억원과 2억7000만원가량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또 신모(60) 전 영업본부장은 억대의 리베이트 혐의로 지난 9일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지난 10일에는 롯데홈쇼핑 한 납품업체와 관련자 사무실, 주택 등 총 3곳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검찰은 롯데홈쇼핑 임직원과 납품업체들 간 '뒷돈 거래'가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사법처리 대상 임직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공사비를 부풀려 수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김모(50) 고객지원부문장과 이모(50) 방송본부장의 횡령자금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특히 이들이 횡령한 돈의 일부가 당시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였던 신헌(60) 롯데백화점 사장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이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 칼날이 롯데 수뇌부로 향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사건의 파장이 걷잡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홈쇼핑 뿐 아니라 전 계열사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비리 감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 현직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인 강현구 사장은 최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투명한 상품 입점 절차를 마련하고 협력사와 상생하는 관계를 정립할 것을 약속했다.

사실 이번 대규모 비리사건은 지난 2006년 롯데가 홈쇼핑 시장에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도 롯데의 홈쇼핑시장 진입이 독과점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유통업계의 최대 논란거리인 '갑(甲) 횡포' 역시 몇몇 대형사 중심의 왜곡된 시장구조가 원흉이 됐다. 롯데가 대외적으로 투명한 입점절차와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유통공룡 롯데가 지금부터라도 윤리경영 약속을 지키며 환골탈태 할지, 아니면 '비리공룡'으로 전락해 시장과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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