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촉법 상시화 추진에 각계 '찬반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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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살려 상시화해야" VS "위헌성 다분"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도입을 놓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0일 한국금융학회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업구조조정 제도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열고 법조계 및 경제계 전문가들과 함께 기촉법의 효율성과 문제점을 논의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기촉법이 효율성을 가진 만큼 단점을 보완해 상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반면, 위헌성을 비롯한 각종 문제점을 들며 반대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우선 발제자로 나선 오세용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판사는 "기촉법은 채권금융기관의 자율적인 합의를 통한 기업구조조정이 시장에 정착되지 않았을 때 한시적으로 적용된 법"이라며 "기촉법의 상시화에 대한 찬반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법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 배경으로 오 판사는 △기촉법의 위헌성 문제 △사법질서 위배 △관치금융의 우려 △절차의 불투명성 △워크아웃 기본이념에 위반 등의 비판적인 요인들을 꼽았다. 특히 워크아웃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채권단이 주도하고, 워크아웃 과정에서 외국금융기관 등을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용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기촉법의 가장 비효율적인 부분은 M&A가 활성화가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생절차에서는 법원 허가를 받으면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기촉법은 자산을 양도하거나 매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효율적인 면에서는 회생절차보다 장점이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 금융기관, 비금융기관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평등권에도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촉법 상시화의 반대 이유로 '관치금융'을 꼽았다. 오수근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연 기업 채무 재조정을 금융위와 금감원이 책임져야 하는지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자 답"이라며 "그렇다면 이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 기촉법이 적당한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권리관계를 변경하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법원에서만 가능한 것인데, 국내에서는 '모피아'라고 불리는 금융관료가 금융기관에 대한 통제권을 이용해 자신들이 수행했다"며 "기업구조조정에 금융당국이 관여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기촉법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인정하고, 기업구조조정의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기촉법과 회생절차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영종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은 "채권금융기관의 희생만으로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면 굳이 회생절차를 통해 하청업체에게까지 희생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며 "회생절차 이전 단계에서 기업구조조정 수단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시장기능에 의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용석 KDB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부 부장도 "병원에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을 달리 하듯이 기업구조조정도 선택의 폭이 있어야 한다"며 "기촉법이 위헌적인 요소도 갖고 있지만, 기업구조조정에 기여한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기촉법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라며 "금융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업별로 각각 기촉법과 통합도산법 중 어디 제도를 적용해야 하는지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촉법은 지난 2001년 제정된 후 3차례에 걸쳐 법률개폐를 반복하면서 한시법 형태로 11년 동안 유지된 법이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기촉법을 연내 상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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