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아직도 운전중에 DMB를 시청하십니까?
[전문가기고] 아직도 운전중에 DMB를 시청하십니까?
  • 이득로 손해보험협회 상무
  • leedl@knia.or.kr
  • 승인 2014.03.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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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4일부터 운전중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를 시청하게 되면 범칙금 최고 7만원과 벌점 15점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 이는 '운전중 휴대폰사용'과 동일한 처벌 수준으로, 운전중에 DMB를 시청하는 행위가 운전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행위 또는 그 이상으로 위험한 운전행위임을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인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 2012년 5월에 발생하였던 교통사고는 운전중 DMB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북 의성군에서 화물트럭이 훈련 중이던 여자 사이클 선수들을 덮쳐 꽃다운 나이의 선수 3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치는 참사가 있었다. 운전자는 쿵 소리를 듣고서야 사고를 인지했다고 한다. DMB에 빼앗긴 단 몇 초간의 시선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삼성교통문화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운전중 DMB를 시청할 때 전방주시율은 50% 수준으로, 혈중알코올농도 0.1%의 음주상태에서의 전방주시율(72%) 보다 훨씬 낮다. 만약 시속 100km/h로 달리다가 DMB에 3~4초 가량 시선을 빼앗기게 되면 운전자는 두 눈을 가린 채 무려 100여m를 무방비 상태로 달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 2012년 교통사고 사망자의 63.8%인 3438명이 '전방주시 태만'에 의해 발생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방주시율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DMB 시청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2011년 12월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서 운전중 DMB 등 멀티미디어기기에 대한 시청이 금지됐지만, 처벌조항이 없는 훈시조항으로 운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약했다. 그러나 DMB 시청으로 인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게 됐고 운전중 DMB 시청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입법됐으며, 그 결과 지난 2월 14일부터 처벌이 가능해졌다. DMB 사용자의 수요증가에 법ㆍ제도 환경이 적절히 변화하지 못하여 많은 사고가 발생해왔지만, 금번 운전중 DMB 시청 처벌 시행을 계기로 앞으로 많은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사회적 필요에 의해 운전중 DMB 시청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 만큼 처벌에 따른 사고감소 효과를 얻기 위해 경찰의 단속강화가 매우 절실하다. 다행히도 각 지방경찰청 및 경찰서에서 운전중 DMB 시청에 대한 집중계도 후 단속강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운전중 DMB 시청 단속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움직이는 차 안에서 DMB를 보는 것을 적발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단속보다는 계도에 치우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교통선진국이라는 일본·영국·호주·미국에서는 이미 운전중 DMB 시청행위에 대해 처벌해왔으며, 그들의 단속환경도 우리와 다르지 않기에 단속의 실효성 문제는 크게 우려할 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국에서는 강력한 단속을 통해 운전중 DMB 시청시 최대 1000파운드(약 18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호주에서는 심지어 정차중이라도 DMB 영상이 보일 경우 225호주달러(약 27만원)를 부과하고 있다. 교통선진국조차 운전중 DMB 시청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는 만큼, 교통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도 강력한 제재를 통해 DMB 시청으로 인한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기대해본다.

다만 단속에 의한 교통사고 감소효과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향후 기술 및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사실상 운전중 DMB 시청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행중에는 영상이 송출되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현재 자동차 출고시 장착돼 나오는 DMB에는 이 기능이 적용되고 있지만, 상당수 운전자들은 임의로 이 기능을 해제하여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 빨리 자동차관리법 등에서 이러한 행위에 대한 규제조항을 마련하여 하며, 자동차 정기검사시에 "시동 후 DMB 자동 꺼짐의 기능이 제대로 장착되어 있는지" 항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의 빠른 정착과 국민의 인식도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홍보와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행정부에 의하면 운전자의 89%는 운전중 DMB를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조사되었다. 모두 습관처럼 DMB를 시청하고 있는 것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기에 사회각계에서 이에 대한 교육과 홍보계획을 면밀히 세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고용주는 차량으로 출ㆍ퇴근하는 고용인에게, 운수사업자는 운수종사자에게 정기적으로 교육할 것을 권유하는 바이다. 경찰은 계획했던 것처럼 제도 시행초기 집중계도를 실시해야 하며, 면허교육 및 시험에 반영되길 바란다. 이외에 정부에서도 대국민 홍보를 위해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공익광고에 해당내용이 채택될 수 있도록 추진해주길 바란다.

교통사고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제1의 재난사고이다. 일단 교통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차량파손에 의한 재산손실은 기본이고 운전자 및 탑승자에게 신체적 타격과 심리적 고통이 수반된다. 그렇게 다친 곳은 그게 신체이든 마음이든 관계없이 후유증이 남으며, 다친 정도에 따라 주변의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더 이상 이 사회가 병들지 않게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을 모아 교통안전을 생활화하고 선진교통안전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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