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4월 1.3조 회사채 만기도래…신용강등 '우려'
건설사, 4월 1.3조 회사채 만기도래…신용강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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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는 '잔인한 4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조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데다, 최근 KT ENS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현대상선의 투기등급 강등으로 회사채시장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25일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한 해 국내 건설사 24곳의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5조2290억원으로, 이 중 24.1%인 1조2600억원이 내달 만기가 돌아온다. 월별로도 4월 만기 도래액이 가장 크다. 연내 만기 도래가 두 번째로 많은 3월(7827억원)보다도 4773억원 많다.

회사별로는 롯데건설(A+, 3500억원), 삼성물산(AA-, 3000억원), 한화건설(A0, 2600억원), GS건설(A+, 2000억원) 등의 물량이 많은 편이다.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두산건설(BBB+, 250억원), 코오롱글로벌(BBB0, 200억원) 등도 회사채 만기를 대비해야 한다.

◇ 회사채시장 '위축'…GS건설, 발행 철회
현재로서는 만기 연장도 쉽지 않다. 지난해 STX, 동양 사태를 거치면서 얼어붙은 회사채시장이 올 들어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량등급과 비우량등급 간 양극화로 A등급 이하의 회사채가 홀대받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특히 최근 모기업의 지원 거부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KT ENS 사태는 연초 이후 회복 기미가 보인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임정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회사 관련 문제로 KT가 5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철회한 가운데 KT의 일부 자회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우려가 이어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복합물류(BBB+)는 모회사 CJ대한통운(AA-)의 보증으로 AA-등급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500억원 모집에 300억원만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모기업의 지원가능성에 대한 불신이 시장에 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달 4일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GS건설이 차환하지 않고 현금으로 갚기로 한 것은 얼어붙은 시장의 상황을 대변해준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 분위기상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GS건설이 회사채 발행을 철회했다"며 "시장에서 AA등급의 건설사에 대한 신뢰는 있는 편이지만 A등급 이하는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데다 시장에서 건설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피현상이 여전해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보유현금을 이용해 회사채를 상환하려고 한다. 괜히 회사채 발행을 했다가 평판만 나빠지느니 현금 상환을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 4월 신평사 등급조정 전망…업종 하향 가능성도
여기에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로 떨어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진 상태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2013년 감사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는 4월부터 신평사들이 빠른 행동에 나설 수 있으며 앞서 등급이 떨어진 현대상선, 현대해운 등 해운업과 마찬가지로 취약업종인 건설업이 위험군에 속한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신평사들은 이번에 실적이 크게 나빠진 건설사들을 등급감시(Credit Watch)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선제적인 시그널을 보인 바 있다.

지난 7일 한라(옛 한라건설)가 지난해 42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자 이날 나이스신용평가는 한라의 신용등급(BBB0)을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지난달 5일 KCC건설과 지난 1월 대우건설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을 때도 나이스신평은 당일 해당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건설업종 전체가 한 수준 하향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신평사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업황이 안 좋고, 성장성도 꺾인 건설업종이 십자포화를 맞을 여지가 많다"며 "일괄적으로 특정 산업 전체의 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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