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자본 확충' 공수표?
카드사 '자본 확충' 공수표?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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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등 재벌계 울며겨자먹기로 토해낼 듯
금융당국이 카드채 지원에 앞서 대주주들의 대규모 자본확충을 요구했다.

금융당국의 최고수장인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2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증권`투신사 사장단 오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부총리의 이런 발언은 당초 카드채 기금조성 계획이 무리수가 따르는 데다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따른 방향전환으로 보인다.

김부총리의 얘기대로라면 대주주들의 자본확충 규모를 당초 2조원에서 4조5천억원대로 늘린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가 의문이다. 당초 2조원 증자에 대해서도 업계는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2일 오찬에서 늦어도 당일 저녁까지는 대주주들의 동의를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고 재벌계 대주주들은 증자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이정재 금감위장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카드사 대주주들이 증자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부총리와 금감위원장이 공공연히 대주주들의 참여를 요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미 대주주들과 사전에 의사를 조율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금감원 오갑수 부원장은 재벌계 카드사의 대주주인 삼성, LG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 은행계 카드사인 은행 부행장 등을 직접 만나 카드사의 자본확충 및 증자 증액을 직접 요청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날 금감원이 카드사 대주주 대표들에게 요구한 자본확충 규모는 4조6천억원대. 이는 정부가 카드채 문제를 정부 지원에 앞서 카드사 대주주들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풀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이 구상하는 카드채 해법이 선 자구노력- 후 지원이라는 구도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부총리의 해법을 모든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줄 지는 아직까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현대카드 1천800억원, 우리카드 2천억원 등 두 카드사만 증자를 해왔을 뿐인데다 LG 삼성 등 재벌계 카드사들은 당초의 자본확충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미루어 볼 때 1일 회동도 증자에 미온적인 대주주들에게 구속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금감원이 그룹 구조본부장을 직접 호출한 것은 대주주들의 책임있는 자본확충을 강제하기 위한 일종의 메시지 전달이란 해석이다.

금융권에선 정부가 카드사 사장단을 대신해 대주주 대표들을 상대로 협상에 나섰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의 증자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고 실제 3일 금정협 회의 이후 삼성 현대 등 재벌계 카드사들이 필두로 해서 적극적인 증자 참여의사를 밝혀왔다.

이런 배경에는 정부가 카드채 해법에서 최악의 수순으로 잡고 있는 프라이머리 CBO발행이 선택될 경우 카드사의 대주주를 겨냥, 무한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이것이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최악의 경우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해 카드사들의 유동성 위기에 도움을 주게 되면 일부 재벌계 카드사들도 혜택을 보게 돼 재벌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정부의 명분이 서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의 메시지가 재벌들에게는 지원에 따른 반대급부를 꼭 요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재벌들 입장에선 정부가 의중을 이처럼 명확하게 내비친 상황에서 시작부터 첫단추를 잘못 풀었다간 카드사 문제로 그룹 경영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낄 소지가 커진 것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는 제2의 삼성차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당초 삼성은 직접 증자보다 간접적 자본확충을 선택했다. 이유는 2조원 대에 이르는 자기자본이 있는 데다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들이 직접 증자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가 약 88.34%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 등 그룹 오너 일가의 직접 지분도 0.1% 가량 된다. 직격탄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과거 삼성그룹은 삼성차 사태로 인해 그룹 회장인 이건희 회장의 사재(삼성생명 주식) 1조원 가량을 채권단에 털어낸 전례가 있다. 삼성 입장에선 정부에 협조하지 않았을 때 이 같은 우려가 재차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의중에 따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증자에 적극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결국 삼성은 대주주 증자를 포함, 1조원의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분위기는 LG, 현대차 등 재벌계 카드사들에게도 곧바로 영향을 미쳐 3일 금정협 회의 이후 삼성을 필두로 해서 현대카드 외환카드 등 재벌계 카드사들이 속속 증자 계획을 밝혔다.

카드사에 대한 신용공여확대와 카드채 기금 조성 참여, 자회사인 카드사 지원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은행계의 경우도 어쩔 수 없이 증자에 나설 전망이지만 일부 은행의 경우 이번 대정부 약속이 공수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카드의 대주주인 국민은행은 국민카드 컨설팅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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