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주총 키워드 '신사업·전관 모시기'
식품업계 주총 키워드 '신사업·전관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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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본연의 역할 퇴색"

[서울파이낸스 남라다기자] 식품업계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돌입했다. 이번주에도 대형 식품기업들의 주총이 대거 몰려있다.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해 신(新)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하는 한편, 권력기관의 전직 인사를 대거 영입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경제민주화 바람의 역풍을 우려해 정부와의 소통채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돌파구 찾아라"...먹거리 발굴 '잰걸음'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주총이 열리는 롯데제과는 9가지 사업 목적을 추가하기 위한 정관 변경을 할 예정이다. 이번에 추가된 사업 종류는 식품사업뿐 아니라 주류, 자동판매기 영업, 광고물 제작 및 판매업, 캐릭터 사업, 종합소매점 운영을 포함한 가맹사업 등이다.

CJ제일제당은 같은날 주총을 열고 제약사업 부문을 분할하기 위한 최종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과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에 따른 제약사업의 시장환경이 급변했다"면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각각 전문 영역에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도 커피믹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커피 제조·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남양 측은 지난해 전체 커피믹스 소비규모인 100억원의 절반인 50억원을 생산할 수 있는 나주공장을 완공해 커피믹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 "분유 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커피믹스 시장에서 점유율이 10%에 그치고 있다"면서 "커피믹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에 커피믹스 제조공장과 수입한 커피 원두를 가공하는 에프디공장을 완공하는 등 커피믹스 생산 기반시설을 늘렸다. 이번 사업 목적 추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삼립식품은 신재생에너지 및 환경 관련 사업을, 매일유업의 경우에는 기타 산업용 기계 및 장비임대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삼양사도 의약품 제조 가공 및 판매업, 도로화물운송업, 보관 및 창고업, 운송관련 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권력형 전관 모시기...'방패막이' 지적도
아울러 올해 식품업계의 사외이사 후보 명단에 전직 권력기관의 인사들의 이름이 올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식품 계열사도 권력기관의 전관 모시기에 가세한 모양새다. 롯데제과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송영천 법무법인 세한 대표변호사 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롯데제과는 현재 대리점주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 문제로 공정위에 신고된 상태이며, 대리점주들이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도 김용재 전 국세청 감찰담당관을 선임 의안을 올렸다. 그는 국세청 운영지원과장, 국세청 감사관실 감찰담당관, 중부지방청 납세자보호담당관 등을 거쳤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해 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2월 롯데호텔에 세무조사를 벌여 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였던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롯데쇼핑 4개 사업부문에 대한 조사를 통해 약 650억원대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국세청이 롯데그룹 전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재계 일각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또한, 국세청이 대기업 탈세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어 롯데칠성음료가 국세청에 정통한 전관 인사를 영입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롯데푸드는 정명섭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그는 식약처 식품위생심의위원회 위원,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보건당국에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을 사용하다 적발된 바 있다.

CJ그룹의 지주회사 CJ는 오는 21일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강대형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그는 공정위 총괄정책과장, 소비자보호국장을 비롯해 독점국·경쟁국·정책국 등 주요 요직을 거쳤으며, 현재 법무법인 케이씨엘의 상임고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를 하고 있다.

강 전 부위원장을 영입한 배경에는 지난해 주력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대리점주에 과도한 목표 설정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된 적이 있는 데다, 최근에는 고추장, 두부 등의 가격 담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기업들의 '전관 모시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정부와 원활한 소통 채널 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방패막이'로 활용하기 위해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경영진의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이 퇴색돼 결국 회사의 자원으로써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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