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주택시장 '찬물'
'오락가락'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주택시장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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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보완책…시장 '혼란'
훈풍 불던 재건축 시장 '된서리'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정부가 지난달 주택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세금 부담 확대 계획에 집주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일주일 만에 이를 일부 완화하는 보완책을 내놓으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연초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각종 규제완화로 활기를 띠던 주택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이달 들어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지난달 5000만~7000만원씩 올랐던 일부 재건축 단지의 경우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선진화 방안으로 다주택자들의 투자심리도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단지는 지난주 매매가가 500만~1000만원씩 하락했다.

개포 주공1단지 35㎡는 호가가 6억2000만원을 웃돌았으나 지난주에는 6억1000만원까지 떨어졌는데도 거래가 안 되고 있다. 42㎡도 최근 7억3000만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7억1500만원짜리 매물도 팔리지 않고 있다.

개포주공은 지난달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방침으로 5000만~6000만원씩 가격이 상승했다가 지난주 다시 하락세로 반전한 것이다.

개포동 N공인 대표는 "재건축 가격이 단기 급등하면서 매수자들이 구입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 발표 이후 매수문의가 완전히 끊겼다"며 "얼마 전까지 매도자 위주의 시장이었는데 지금은 매수자 중심의 시장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라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주공, 고덕주공 일대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고점에서 500만~1000만원 정도 가격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둔촌동 주공(고층) 82㎡가 6억3000만~6억3500만원을 호가했으나 현재 6억2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J공인 대표는 "월세는 물론 2주택 전세까지 간주임대료로 과세키로 하면서 매수세가 더 위축되고 있다"며 "모처럼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였는데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다시 꺾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월세는 물론 전세까지 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고 하니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며 "시장을 살리는 정책을 내놓다가 갑자기 규제를 하니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많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반 아파트 역시 상승세가 꺾였다. 송파구 잠실리센츠 전용 85㎡ 호가가 8억7000만~9억3000만원, 잠실 엘스 전용 59㎡는 7억2000만~5000만원이었으나 지난주 각각 2000만~3000만원 빠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너무 올려 거래가 뜸해지던 차에 정부의 전·월세 소득과세 방침이 나온 뒤 분위기가 더 싸늘해졌다"며 "강남 사람들 가운데 임대용으로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도 적잖았는데 정부 대책 이후엔 집도 팔아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불안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택거래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집주인이나 매수자들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전·월세 과세 방침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임대소득 과세부담이 커지면서 추가매입 수요가 줄어들고 거래를 유보하는 등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특히 시장을 주도했던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가 지난주 눈에 띄게 둔화돼 시장 회복세가 지속될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세금 납부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집주인들은 감춰져 있던 자신의 임대소득이 공개되고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고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대책이 살아나던 매수 심리를 위축시킨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회복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의 효과가 임대소득 과세로 상쇄되고 있다"며 "올해 시장 전망을 '회복'에서 '관망'으로 수정해야 될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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