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민주 상생협약, 또 하나의 희생양
[기자수첩] 롯데-민주 상생협약, 또 하나의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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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라다기자] 롯데그룹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간 상생협약이 극적 타결을 이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번 상생안이 롯데와 민주당의 '정략적 상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롯데로부터 횡포를 당한 을(乙)사이에서는 '누구를 위한 상생이냐'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28일 발표된 상생안에 언급된 계열사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코리아세븐 등 4개 유통부문 계열사와 롯데월드 등 5곳에 불과했다.

롯데와 민주당이 '정치권과 대기업 전 계열사의 협상'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과 달리, 1차 협상 대상을 유통부문으로 국한시킨 것이다.

게다가 유통부문에서도 동네수퍼와 갈등을 빚고 있는 회원제 할인점 빅마켓과 롯데홈쇼핑은 빠졌다. 대리점과 협력업체에 대한 횡포 의혹이 불거졌던 식품제조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유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됐으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던 대홍기획, 롯데피에스넷 등 다른 계열사는 언급조차 안 됐다.

때문에 협상 대상 계열사를 축소하기 위한 모종의 합의설까지 나도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작년 10월 22일에 진행된 첫 상생회의 당시 롯데 측에 △협력업체와 대리점, 대리점주, 입점업체 등 이해관계자와 상생 노력 △내부 제도 개선을 통한 불공정행위 방지 및 관련자 징계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을지로위 관계자는 "롯데 측이 유통부문에 국한해서 협상을 진행하기를 원한 데다, 제조사를 유통부문으로 보기에는 애매하다는 결론을 내고 협상에서 제외시켰다"고 해명했다. 협상대상이 대폭 축소된 배경에 을지로위의 '통큰 양보'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식음료 업체의 경우 제조와 유통을 동시에 영위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유통계열사가 아니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더욱이 위원회는 직접 롯데제과 대리점주를 만나 계약서와 판매장려금 등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을지로위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또다른 희생양을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을심(乙心) 잡기용' 공적 발표라는 인상 역시 지우기 힘들다

사실 을지로위와 롯데 측의 이번 협약은 협상 초기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었다. 작년 10월 신동빈 롯데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롯데가 민주당에 불공정거래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제안한 후, 신 회장이 국감 증인에서 제외돼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감에서는 '변종 SSM'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질의가 예정된 터였다.

공교롭게도 이번 상생안에서의 '변종 SSM' 방지책 역시 이미 유통업계가 합의해 시행하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베껴오거나, '업계 합의'라는 단서를 다는 등 롯데의 상생의 의지를 의심케하는 대목이 존재했다.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시민단체와 대리점주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존재하는 식품 제조사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협상 재추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논의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번 상생협약이 자칫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논란을 회피하는 퇴로로 활용될 가능성은 없는지 되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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