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워치] 총수 공백 장기화…혼돈의 SK, 앞날은?
[비즈워치] 총수 공백 장기화…혼돈의 SK,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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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K그룹
[서울파이낸스 이철·이은선기자]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모두 대법원으로부터 실형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그 '파장'이 재계서열 3위인 SK그룹 전체로 번지고 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 SK그룹은 물론 재계도 걱정어린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영어의 몸이 되었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리모트 컨트롤(옥중 경영)은 가능하겠지만 오너십이 곧 리더십이나 다름없는 재벌 경영구조의 특성상 SK그룹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최소 수년간이 될 경영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SK를 이끌 방법론부터가 기존의 수펙스추구협의회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친족체제가 대안으로 모색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 2003년 이후 첫 감소…외형성장 정체
 
이달 초 발표된 SK의 지난해 잠정 실적은 그룹 총수의 처지를 반증하듯 정체됐다. SK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6.5% 감소한 111조7372억원을 기록하며,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1% 감소한 3조6228억원에 불과했으며, 당기순익은 1131억원으로 전년대비 57%나 급감했다.
 
특히 전체 매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SK이노베이션 등 자회사의 실적 악화가 주 원인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은 전년대비 9.1% 감소한 66조6747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익도 각각 19%, 36% 감소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매출과 이익 모두 전년대비 증가했다지만,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의 추격과 내수산업이 가지는 한계 탓에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신사업·해외 투자 차질…M&A '올스톱'
 
신사업 개발과 인수합병(M&A), 글로벌 프로젝트 등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도 오너중심체제의 한계를 드러내며 CEO 주도로는 집행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 브라질 원유 광구를 팔아 마련한 24억달러로 추진하려던 중남미 지역 신규 자원개발 사업 참여에 대한 의사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심도있게 검토해오던 아프리카 석유화학 사업 진출도 진전이 없고, 최 부회장이 주도하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추가 투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SK E&S는 지난해 약 6000억원 규모의 STX에너지 인수에 의향서를 제출했다가 돌연 불참을 선언했으며,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도 약 8000억원 규모의 호주 유류공급업체 매각에 예비제안서를 제출했지만 본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에 준비하던 석유저장설비, 건설, 통신, 온라인 사업 등 최 회장이 직접 추진한 사업도 사실상 중지된 상태며,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위해 추진한 터키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SK텔레콤도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약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초 경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업계 2위 ADT캡스를 인수하려 했으나 약 2조원 가량의 인수비가 부담이 돼 결국 업계 4위인 네오에스네트웍스를 인수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SK 측은 "이번 대법원의 실형 확정 판결로 인해 회장 형제가 직접 진두지휘한 대규모 신규 사업과 글로벌 사업 분야는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협의체 돌파 vs 친족 경영 카드 '안갯속'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컨트롤 타워'에 관한 것이다. 재계는 일단 SK그룹의 총수 공백이 길어짐에 따라 수펙스 추구협의회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17개 계열사 CEO들이 모여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이미 지난 1년여 동안 최 회장 대신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려왔다. 주요 현안은 6개 주요 계열사 CEO로 구성된 협의회에서 결정되며, 개별 계열사가 독립경영을 하면서 사안에 따라 협력하는 '따로 또 같이'시스템도 함께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SK그룹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 따로 또같이 시스템에 따라 협력하고 열심히 하자는 원칙적인 이야기들만 나온 상황"이라며 "총수의 부재에 따라 어떤 역할을 하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협의회 체제가 대규모 신규 사업 추진 등에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최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또 다른 '친족 경영체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최 회장이 친족에게 경영을 맡길 경우 가장 먼저 거론될 인물은 사촌 형인 최신원 SKC 회장. 최신원 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로, SK그룹의 '형제 경영'기조로 볼 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입김이 세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창근 수펙스 의장이 최창원 부회장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경영 전면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이 너무 작다는 점이 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지분이 별로 없지 않나"면서 "형제니까 여러분야에서 힘을 모으겠지만 A가 없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B가 체운다는 방식으로 도식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SK그룹의 고민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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