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피아' 관행 깨진 3대 국책은행
[기자수첩] '모피아' 관행 깨진 3대 국책은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국내 3대 국책은행의 수장 자리에 민간 출신 인사가 앉게 됐다. 지난해 홍기택 KDB산업은행장(겸 KDB금융지주 회장)과 권선주 IKB기업은행장이 각각 선임된 데 이어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후임 수출입은행장에 내정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업무 중요도가 높은 국책은행 수장 자리가 민간 출신으로 채워지는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초 민간 금융사 회장 자리를 관료 출신들이 줄줄이 차지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일었던 것과도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경우 기획재정부 출신의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행장 자리에 앉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었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장에는 재정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신동규 전 행장을 시작으로 양천식·진동수·김동수·김용환 전 행장까지 모두 기재부 출신 인사가 선임돼왔다. 

하지만 이번에 이덕훈 전 행장이 수출입은행장에 공식 취임하면 이같은 관행이 사실상 깨지게 된다. 앞서 이 전 행장은 수출입은행장 자리를 놓고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막판까지 경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허 대사의 경우 모피아 출신이라는 점이 최종 인선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이 이번 인사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여전히 대다수 공기업 경영진 자리는 관료·정치인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취임한 홍영만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을 비롯해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이번 정부에서 금융공기업 수장에 오른 인물들은 대부분 경제관료 출신이다.

당장 '민간 출신'으로 분류되고 있는 홍기택 행장만 해도 취임 당시에는 '낙하산 논란'에 몸살을 앓았었다. 홍 행장은 기본적으로 교수 출신이지만, 18대 대통령직인수위 인수위원을 거친 이후 곧바로 지주 회장에 임명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금융공기업 인사관행에 '낙하산'이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공기업 수장=모피아' 공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중 최우선 과제로 공공부문 개혁을 꼽고 있다. 과도한 복리후생과 같은 방만경영의 주요 원인은 인사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굳이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3대 국책은행을 시작으로 향후 금융권 인사 관행이 큰틀에서 재편되길 기대해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