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회계조작 논란 확산…회계법인·금감원 '당혹'
쌍용차 회계조작 논란 확산…회계법인·금감원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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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지난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한 쌍용자동차가 해고 노동자들과의 항소심에서 패소한 가운데 재판부가 지적한 회계부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은 물론 당시 정리해고를 촉발한 근거 자료를 작성했던 대형 회계법인, 이를 감독한 금감원 등이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모습이다.

◆ 회계법인 네탓공방…금감원, 법원 비판 가세

14일 법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회계조작 논란의 시작은 법원이 항소심에서 "쌍용차가 재무제표에 신차종 투입계획을 반영하지 않아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과다 계상했다"고 지적하면서부터다. 유형자산손상차손이란 회사의 자산 가치가 떨어져 장부상의 자산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초과할 경우 손실로 회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당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안진 측은 지난 10일 "쌍용차는 2008년말 5개의 신차종 투입계획이 있었으나 실질적인 개발완료 및 시장출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상황이었다"며 "유형자산손상차손 검토시 이러한 신차종 투입계획이 현금흐름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계획의 실현가능성이 충분해야하나 당시 회사의 경영여건상 이러한 계획은 사실상 실현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안진은 "쌍용자동차의 인력구조조정은 2009년 3월 삼정KPMG가 작성한 경영정상화 방안 검토 보고서에 근거했다"고 주장하며 삼정KPMG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에 삼정KPMG 측은 "경영정상화 보고서는 안진회계법인이 먼저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회생여부 보고서를 작성했던 삼일회계법인 측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내 사실상 회계법인 '빅3'(삼일·삼정KPMG·안진) 모두 이번 회계조작 책임 논란에 연루됐다.

이에 일부 회계법인은 법원의 전문성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리해고의 필요성은 과거 재무제표가 아니라 미래의 현금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과거의 재무제표상 유형자산손상차손은 정리해고 인원 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회계 전문가들은 법원이 어떤 근거로 이런 판결이 내렸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쌍용차가 인원삭감의 근거로 삼았던 검토보고서는 유동성 부족, 생산 효율성 저하뿐만 아니라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경영상 위기의 한 내용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판단함에 있어 재무제표를 참조한 것"이라며 "고정자산 및 자본의 감소, 부채비율의 증가라는 재무제표는 모두 유형자산손상차손 규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지표이므로 정리해고 등 인원삭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했다.

회계부정을 눈감아준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게 된 금감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원은 회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까지 다 계산해보지 않고 큰 틀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쌍용차가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신차를 개발하거나 구형 모델을 더 판매한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쌍용차 노조가 지난 2011년 10월 쌍용차와 안진회계법인을 회계조작 혐의로 신고한 것에 대해 2012년 5월 '혐의 없음'으로 감리를 종결한 바 있고 이번 항소심 판결 이후 당시 조사결과를 다시 재점검하고 있다.

◆ 관련 혐의 검찰수사 재개…공소시효 '코 앞'

이와관련 최근 검찰이 쌍용차와 회계법인 관계자를 상대로 허위재무제표 등을 작성·공시한 혐의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안진, 삼정KPMG, 삼일 등 대형회계법인 3사와 금감원 모두 수사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쌍용차의 회계 부정이 사실로 드러나면 해고무효소송의 3심 판결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쌍용차 노조 측은 "1999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정에 벌어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처럼 회계조작으로 정리해고와 파업을 유도한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쌍용차의 법정관리 승인과 정리해고가 조작된 의혹이 있는 회계부정에 의해 강행됐다면 정리해고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재개한 회계조작의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행위는 주식회사 외부감사법상 공소시효가 5년이므로 안진회계법인이 재무제표를 확정 공시한 시점인 2009년 2월20일로부터 5년이 되는 오는 19일에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하지만 재무제표를 포함한 감사보고서 최종 공시일은 2009년 4월8일이기 때문에 공소시효도 오는 4월7일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안진은 2009년 3월27일 허위 재무제표에 근거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2009년 3월27일에 제출한 혐의와 해당 제무재표를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같은해 3월31일 회생법원에 제출한 혐의에 대해 각각 다음달 26일과 30일 공소시효 만료 시점을 앞두고 있다.

안진회계 측은 "회계법인이 조작 의혹을 받았다는 것은 회사 존폐를 좌우하는 큰 일"이라며 "검찰이 공소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철저한 조사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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