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7개월간 네번째 전산장애…"안전불감증 심각"
거래소, 7개월간 네번째 전산장애…"안전불감증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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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국고채 3년물 거래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지난해 7월 이후 한국거래소에서 벌써 네 번째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이 IT 보안을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일어난 사고라는 점에서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해 7월 이후 4차례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0분부터 국고채 3년물의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매매거래 정지는 2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11시10분 복구됐다. 거래소는 "일단 내부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나온 주문이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거래소의 전산장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소재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거래소는 지난해 7월15일에 백업시스템 네트워크 할당량 문제로 모든 시세 단말기에 코스피지수를 지연 송출하는 전산사고를 냈다.

이후 사고발생 24시간도 안 된 16일 오전 2시40분경 시스템 전력 공급부에 설치된 애자(경질자기 등으로 만든 고체절연물)가 파손되면서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와 연계된 코스피200지수 선물거래가 중단돼 시장을 조기 폐장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또 지난해 9월12일에는 9시30분부터 LG화학 등 유가증권시장 종목과 ELW 등 총 183개 종목의 매매체결이 지연됐다. 단 한 종목이 단일가 매매방식으로 전환됐는데 이를 시스템이 인지해서 적용하지 못해 같은 섹터로 묶인 종목들의 매매가 전부 막혔기 때문이다.

◇ "IT 강화" 약속하고 관련 예산 축소

지난 세차례 전산사고의 경우 '이사장 부재'라는 특수 상황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 전산장애의 경우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이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근본적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 거래소의 전산장애는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거래소는 'IT 관리에 힘을 쏟겠다'는 공언과 달리 방만경영 공공기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유로 IT 예산을 지난해 910억원에서 올해 586억원으로 35.6% 축소했다.

이처럼 거래소의 전산사고가 반복되면서 내달 3일 가동을 앞두고 있는 신매매시스템 '엑스추어 플러스'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쇄신 때문에 취한 조치겠지만 IT 보안을 강화한다고 해놓고서 IT 예산을 줄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거래소가 준비하고 있는 엑스추어 플러스도 혹시 사고가 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거래소의 IT 보안검사를 진행한 금융감독원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발생한 전산사고에 대해 부문검사를 진행해 거래소에 기관주의, 관련 임직원 5명에게 견책이나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 중 견책이나 주의 조치는 진급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 처벌은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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