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금, 단기상품 집중현상 '심화'
은행권 자금, 단기상품 집중현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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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요구불 예금 급증, 저축성 예금 '부진'

간투 상품 인기 여파...특판 효과 '미미'

 
은행권 수신고가 요구불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상품의 가파른 증가세에 힘입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저축성 예금 잔고는 소폭 증가에 그쳐, 지속적으로 추진된 특판예금과 금리인상 전략이 큰 실효성을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수신고는 총 620조 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5조 2,000억원 늘어났다. 이 수치는 전년말 594조 5천억원보다 40조 이상 급증한 액수다. 이러한 높은 증가세는 요구불 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 등 단기시장 상품으로 시중자금이 이동한 게 주원인이 됐다.

지난달 은행권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57조 4,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CD순발행액도 56조 4천억을 기록, 전월비 17조2천억원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은행 수익의 근간이 되는 저축성 예금은 473조 8,000억원으로 3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은행권 자금의 단기상품 집중 현상은 예금상품의 경쟁력 저하에 따른 고객 이탈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적립식 펀드를 대표로 하는 간접투자상품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 장기상품에 대한 매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펀드 판매 잔액은 26조 2,000억원으로 전년말(8조 6000억원)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은행 예금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면서 “올해도 간접투자상품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은행 수신고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특히 콜금리 인상 이후 전격적으로 단행한 예금금리 인상과 지속적으로 실시된 특판상품 판매도 큰 실효성을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 내외의 금리혜택을 제공해도 간접투자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어, 큰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

여기에 은행들 스스로도 예금상품보다 높은 수수료 수익 얻을 수 있는 펀드 판매에 주력하고 있어, 은행권의 자금이탈 현상은 점점 가중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특판예금 판매가 일년 내내 계속됐지만, 실적면에서 보면 예년 수준에 턱없이 못미친다”면서 “한 은행이 특판상품을 출시하면, 고객이탈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에 경쟁적으로 대응하는 것 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비은행권의 수신고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식형 펀드를 앞세운 자산운용사의 수탁고 증가가 눈에 띈다. 지난달 말 자산운용사, 증권사, 종금사 등 비은행권의 수신고는 총 250조원으로 32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중 자산운용사는 채권형 펀드의 약세에도, 총 204조 3,000억원의 잔액을 보여 17조 3,000억원 늘어났다.

위 관계자는 “채권형 펀드와 MMF의 약세가 관건이지만, 간접투자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자산운용사의 수탁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증권사와 종금사의 수신고 역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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