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합산은 최대 걸림돌 '노노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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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통합산은'의 최대 숙제는 결국 노노갈등 아니겠습니까." 통합산은의 장애요인을 묻는 질문에 정책금융공사 한 직원은 이처럼 답했다.

올해 KDB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재통합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들어간 수천억원대의 비용 손실은 물론, 통합 이후 산은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도 양 조직간 '노노갈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번 불거지면 사측에서도 쉽사리 손을 대기 어려운 게 '노노갈등'이다. 무엇보다 통합 이후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주된 배경일 터다.

실제로 이미 산은 노조는 노노갈등의 전초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임기를 시작한 산은 노조 집행부가 선거 과정에서 정책금융공사 직원들을 '사생아'로 칭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통합 이후 정책금융공사 직원들을 직급과 승진에서 차별하고, 기본 업무를 익히도록 영업점에 배치하겠다는 게 산은 노조의 주장이었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조직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소 '무리수'를 뒀다는 시각도 있지만, 80% 이상의 산은 조직원이 이들 집행부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되새겨볼만 하다. '勞勞(노동자 노)' 갈등이 향후 '盧盧(밥그릇 노)'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한 이유다.

과거 주택은행과의 합병 과정에서 노노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국민은행의 경우를 떠올려보면 이같은 우려는 더욱 증폭된다. 합병 13년째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국민은행은 여전히 '해묵은 파벌싸움'에 갇혀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은행 내부의 고질적인 파벌갈등에 대해 "퇴행적 행동"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문화를 반증해주는 대목이다. 2년 전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의 노노갈등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노노갈등이 더욱 격화될 경우 통합산은의 수년 뒤 모습도 '고착화된 파벌갈등'에 몸살을 앓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양측의 노노갈등은 불과 5년만에 분리와 통합을 반복한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 탓이 크다. 하지만 활시위는 이미 떠났다.  원활한 조직 통합을 위해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양 조직이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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