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진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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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대한항공이 추가 지원한 이후에도 한진해운의 경영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 계획과 한진해운 추가 지원안을 발표하던 19일 경영설명회 자리. 수백여명의 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취재진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이 질문은 결국 한진그룹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대한항공으로서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나름의 묘안을 내놓은 셈이지만, 그룹 측의 바람대로 한진해운이 실적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대한항공이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간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800%가 넘는 데도 불구하고 '항공업의 특수성'을 내세우며 특별한 구조조정은 단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동양그룹 법정관리 사태로 인해 상황은 달라졌다. 높은 부채비율과 한진해운의 자금악화 탓에 '고위험군 기업'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상균 대한항공 부사장은 "금융시장에서 한진그룹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아져, 조기 해결을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대한항공은 에쓰오일 지분, 구형 항공기, 부동산을 매각해 3조5000억원의 자금을 만들기로 했다. 회사 측의 계획대로라면 부채비율은 2015년까지 400%까지 낮아진다. 시장에서 이번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문제는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 계획이 5000억원에 달한다는 부분이다. 우선 지난 10월 15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연내 1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4000억원 범위 내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상증자 참여로 인해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부분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에쓰오일 지분으로 인해 연간 1500억원 가량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취해왔지만, 불안정성이 높은 한진해운의 지분이 확대되면서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진해운의 재무 위기가 지속되면 대한항공이 추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 한진해운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만든 지원책이 대한항공에게는 장기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의문에 대해 대한항공은 "모든 여건을 종합해봤을 때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해운사업이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금융권과 대한항공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년 실적만 개선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STX 사태와 동양그룹 사태 등으로 기업의 재무구조 문제가 여전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기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 비율을 낮추고 위기를 차단하는 동시에, 계열사인 한진해운도 살리겠다는 회사 측의 의도는 칭찬할만 하다. 고민 끝에 짜낸 한진그룹의 이번 묘안이 부디 계획대로 이어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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