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양사태 후속입법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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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최재연기자] "금융위와 금감원이 있는 이유가 뭐냐"

지난 10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치권은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동시에 여야 의원들은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며 동양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순환출자 금지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등 관련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감사원은 동양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예비 감사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동양증권 직원 두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피해자들은 삭발식까지 단행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후속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금산분리 확대적용과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 관련 법안이 여전히 계류돼있고,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제도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단계에 있는 수준이다. 계류된 법안들은 고스란히 임시국회로 넘어갔지만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이같은 태도는 앞서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 시행 시기를 늦춰 동양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을 떠올리게 한다. 증권사의 투기(투자부적격)신용등급 계열사 회사채·CP(기업어음) 판매를 제한하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이 기존 계획대로 시행됐더라면 투자자들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제2의 동양'으로 우려되는 기업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연속 지정된 40개 그룹의 재무구조를 진단한 결과, 무려 20개 재벌 그룹의 부채비율이(연결기준) 20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시장에, 투자자들에게 또 어떤 위협으로 다가올 지는 모를 일이다.

물론 현재 여야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경제활성화와 국정원 개혁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동양사태 문제가 도외시 돼서는 안된다. 동양사태 직후 정치인들이 금융당국을 향해 '존재 이유'를 따졌던 것처럼 정치권의 핵심 역할은 국민들을 위한 입법활동이다. 

제2의 동양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논의는 제쳐두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이 금융당국에 존립 이유를 물을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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