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발목잡힌 은행 자산운용
스스로 발목잡힌 은행 자산운용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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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시중자금 단기 부동화... MMDA 등 증가세 뚜렷
은행권이 장기 금리를 대폭 인하,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예금 자산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이라크 전쟁 장기화 우려, 북한 핵 문제 등 경기 불확실성과 함께 은행 정기예금 금리마저 꾸준히 떨어지면서 시중 자금이 금리를 좇아 수시로 갈아타기를 하거나 자금 운용 자체를 꺼리는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 이런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예금 자산의 장기 운용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하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장·단기 금리, 특히 장기예금 금리를 대폭 인하한 상황에서 감독 당국에 정기예금의 비과세 확대 적용 등 금리 안정화 방안을 건의하는 등 정책적 지원만 기다리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장기 금리 인하, 단기 부동화 부추겨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가운데 은행의 장기예금 금리가 큰폭으로 떨어져 장·단기간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시중 자금이 급속히 단기예금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 등으로 채권 시장이 동요, 투신사 환매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단기 예금 자산은 계속 늘고 있으나 장기 저축성 예금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예금, 저축예금 등을 포함한 은행의 수시 입출금식 예금 잔액은 지난 11일 이후 20조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여기에 최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고금리 예금 상품 MMDA(시장금리부 수시 입출금식 예금)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MMDA(신탁 계정 제외)가 9조8천717억원으로 지난해 3월 7조1761억원에서 불과 1년 만에 38% 가까이 늘었다. 우리, 신한, 하나 등 대형 시중은행들도 최근 금리를 인하하면서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전년 대비 꾸준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단기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시중 자금이 단기 금융 상품으로 집중되는 가운데 최근 투신권 자금까지 대거 은행으로 유입돼 은행 여유자금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 자금이 MMDA 등 고금리 단기예금 상품으로 몰리자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 가운데 일부는 금리를 인하해 예금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자산 운용 제약

은행권이 최근 단기 예금의 일시적인 증가로 인한 역마진 우려 등 자산 운용에 비상이 걸렸지만 이런 상황은 은행의 근시안적인 상황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부분의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예대 마진 확대에 주력, 장기 예금 금리를 단기 예금 금리보다 큰 폭으로 인하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최근 시중 자금이 대거 단기 예금으로 유입되자 원금 회수 기간이 긴 장기 자산에 투자하기 보다는 가계 대출 등 단기 자산
운용 전략을 펼칠 수 밖에 없게 된 것.

이처럼 자산운용의 어려움으로 역마진까지 우려되자 최근 은행들은 정기예금의 비과세 적용 범위를 확대, 장기 예금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주식형 예금 상품 허용 등 다양한 정책에 대부분의 은행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와 함께 정부에 장기 상품에 시중 자금이 유입될 수 있게 정기 예금 등 비과세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들은 시중 금리가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과거 단기성 고
금리 예금들의 역마진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현재의 은행단기 예금 규모를 감안할 때 시중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돼 대규모 역마진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기준 금리인 국고채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단기 예금 선호 현상은 가시화 됐다”며 “문제는 이런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예금 자산의 장기 운용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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