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경제민주화 후속조치…"솜방망이 처벌 근절"
공정위, 경제민주화 후속조치…"솜방망이 처벌 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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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상반기 국회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와 지침을 제·개정했다고 1일 밝혔다.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과징금 규정을 강화하고, 하도급법 위반 사례를 알기 쉽게 제시해 기업들의 자율적인 법 준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부당 하도급행위, 구체적 사례화

우선 공정위는 상반기 3배소 확대를 골자로 하는 하도급법이 개정됨에 따라 법위반 행위를 '사례 중심'으로 제시키로 했다. 기업들이 위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자제하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기술자료 제공 요구·유용행위 심사지침'을 개정했다. 개정 지침에 따르면 원사업자가 경쟁입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거래와 관련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면, 최종 계약이 성립되지 않더라도 법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보호대상 기술자료의 의미가 구체화되고, 실제 판례를 참조한 예시가 보강된다. 여기에 기술자료 요구와 관련된 '정당한 대가'의 의미가 구체화되고, 기술유용행위 사례는 △거래개시 전 △거래과정 △거래 종료 후 등 단계별로 구분된다.

그간 빈번했던 하도급 거래의 단가인하 행위도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및 감액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의 개정을 통해 기준을 명확히 했다. 원사업자가 경영상 불가피하게 단가를 내리더라도 단가인하 대상이 인하 사유와 직접 관련이 있고 수급사업자와 협의를 거쳐 부담을 적절히 분담할 경우에는 법 위반이 아니다. 원사업자의 경영상 불가피한 단가인하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부당한 위탁취소, 수령거부 및 반품행위에 대한 심사지침'도 새롭게 제정했다. 이 지침에서는 수급사업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원사업자가 실질적인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위탁을 취소하는 사례가 제시됐다.

◆제2의 남양유업 사태 근절…과징금 규모 확대

공정위는 또한 제2의 '남양유업 사태'를 막기 위해 '특정 재판매거래 고시'를 제정했다. 지난 6~8월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본사-대리점간에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불공정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공정위가 파악한 주요 불공정행위는 구입강제, 이익제공 강요, 불이익 제공, 주문내역 변조 등 4가지 유형이다. 공정위는 법 제정을 통해 밀어내기, 판촉사원 임금전가 등 대리점거래 분야에서 논란이 된 불공정관행을 엄정하게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에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다. '과징금 부과기준 고시' 제정을 통해 그간 과징금을 깎아주던 감경사유와 감경비율을 축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가중대상이 되는 반복 법위반 사유 범위를 현행 3년간 3회 이상·벌점 5점 이상에서 2회 이상·3점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료제출 명령을 위반하면 가중치(5~20%)를 적용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감경사유의 기준도 엄격해진다. 기존 9개 감경사유 가운데 △자율준수프로그램(CP) 우수등급에 대한 감경(10~20%) △법위반 계약이나 관행의 불이행(10% 이내) △기타 다른 감경사유에 준하는 사유(10% 이내) 등 3개는 폐지된다. 또 4개 감경사유는 △단순가담(30%→20% 이내) △조사협력(15%→10%) △자진시정 (20∼30%→10% 이내) 등으로 비율이 축소된다.

아울러 과징금 조정 최종 단계에서 고려되던 기업의 '과징금 부담능력' 요건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앞으로 사업자는 '과징금을 납부할 경우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는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시민심사위원회도 설치한다. 시민심사원은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외부 인사 5인으로 구성된다. 시민심사위원회는 요청받은 사건에 대해 적정성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에 제·개정하는 하도급관련 심사지침 및 대리점고시는 공정위의 일관되고 엄정한 법집행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시민심사위원회 신설과 과징금고시 개정은 경제민주화 관련 국정과제는 아니지만 그간 공정위 법집행에 대해 제기되었던 지적을 적극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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