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부업 대출광고의 굴레
[기자수첩] 대부업 대출광고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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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다보면 불과 5분이 멀다하고 대출광고가 쏟아진다. '버스말고 택시도 타자'는 컨셉이 등장하는가 하면 '수초만에 대출 가능'이라는 문구가 시청자들을 현혹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케이블 방송에서 노출되는 대부업체들의 대출 광고는 72회에 달한다. 여기에 저축은행 대출 광고를 더하면 100회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들이 하루평균 3시간 정도 TV를 시청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43번 이상 대출광고에 노출되는 셈이다. 시청자들이 대출광고에 세뇌당한다 해도 크게 무리가 아니다.

실제 광고 효과도 높다. 지난해 대부업 이용자 절반이 TV광고를 통해 대부업체를 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부업 개인신용대출 규모도 2007년 4조1000억원에서 2012년 8조6000억원으로 2배이상 커졌다.

문제는 소비자들은 편의성만 강조되는 대출광고에 현혹돼 신용등급 하락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업의 경우 대출을 단 한차례만 받아도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은행 대출이용도 어려워지며, 최고 39%에 달하는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다시 대부업 대출을 이용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대부업 대출 광고를 유심히 살펴보면 광고 하단에 '과도한 대출은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구가 삽입돼 있지만 신용등급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기 힘들다. 표기된 문구 역시 소비자들이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해당 대부업체들은  "대부협회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고는 있지만 정작 규제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 대부업체들은 소비자들로부터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또다시 광고에 투입해 소비자들을 '빚의 굴레'에 가둬두고 있다. 말그대로 빚 권하는 사회다.

9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990조원으로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구당 빚도 5800만원에 이른다. 살인적 금리로 인한 대부업 대출의 폐해는 자살, 가정파탄을 비롯해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한편, 전체 금융시장에도 중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에 앞서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대응과 대부업계의 자정노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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