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리스크' 떠안은 한진그룹, 배경은?
'해운 리스크' 떠안은 한진그룹,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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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등 그룹 전체에 부담"…지배구조 변화 '촉각'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한진그룹이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금융당국의 집중관리 대상에 포함되는 등 악화일로의 재무상황에서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까지 스스로 떠안은 것. 한진그룹의 이같은 행보와 관련해 계열사간 지배구조에서 그 배경을 찾는 시각도 나온다.  

◆한진해운 리스크, 그룹이 떠안아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한진해운에 1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준 이후, 이 회사의 자금 상환 능력과 재무상태를 점검하는 실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은 경영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면 그에 따른 재무 부담이 한진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이 필요에 따라 한진해운을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룹 차원에서 한진해운의 리스크를 떠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진그룹의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전망은 더욱 밝지 않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연결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 678%로,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두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부채비율은 연결재무제표를 이용해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제외한 순자산을 기초로 부채비율을 계산한 수치다.

또 금융차입금과 회사채 발행 규모는 각각 6조원대, 6조7000억원대에 달한다. 특히 이같은 재무구조 악화에는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공정거래법상 같은 계열인 한진해운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의 연결부채비율은 작년 말 691%에서 올 상반기 887%로 늘었으며, 한진해운도 754%에서 835%로 악화됐다. 올해 실적에서도 적자 행진을 기록한 것은 두 회사 모두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370억원, 한진해운은 상반기 영업손실이 1156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은 최근 금융당국의 집중 관리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가 한진그룹의 부실 우려를 고려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강화한 개선안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지원하자 안팎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대한항공이 부실계열사인 한진해운홀딩스에 자기자본의 5.2%에 해당하는 대규모의 자금지원을 결정한 것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한항공의 재무적 어려움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도 "한진해운에 대한 대한항공의 이번 자금지원은 한진해운의 최근 신용상황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이라며 "차후에도 지원부담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대한항공은 중단기적으로 한진해운의 신용위험 변동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룹-해운 지배구조 강화될 듯

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이 재무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진해운에 자금을 빌려준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고 있다.

우선 표면적으로는 총수일가 관계에서 오간 단순한 자금 지원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순수하게 한진해운을 살릴 목적으로 자금을 대여해준 결과라는 해석이다.

반면 한진그룹이 앞으로도 한진해운을 그룹의 지배 아래 잡아두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한진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한진해운이 자연스럽게 계열 분리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한진해운 또한 최은영 회장의 지휘 아래 법적으로 완전히 독립하기 위한 계열 분리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대한항공으로부터 빌린 1500억원을 내년까지 갚지 못하면 담보로 잡힌 한진해운홀딩스 주식 1921만주(지분 15.33%)의 소유권은 넘어가게 된다. 계열을 분리하긴 커녕 그룹의 영향력에 더욱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특히 한진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려면 향후 2년 안에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한진칼(지주회사)로 넘겨야 하는데, 이 지분의 향방에 따라 한진해운의 운명도 달라질 전망이다. 공정위 지주회사 규정을 지키려면 한진칼은 앞으로 보유하게 될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거나 20% 이상으로 늘려 자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자회사로 유지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으로 한진해운과 그룹간 지배구조 고리가 더 단단해질 가능성이 큰데다, 그간 조양호 회장도 한진해운의 계열분리를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작년 1월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에서 "한진해운을 당장 계열분리시킬 계획은 없다"며 "한진해운은 한진 그늘에 있는 것이 낫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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