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이 외환銀을 인수한다면
국민銀이 외환銀을 인수한다면
  • 홍승희
  • 승인 2005.1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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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위기 이후 이 손 저 손 타던 외환은행이 다시 인수 대상 물건으로 나왔다.

그동안 외국계 자본들의 독무대였던 외환은행 인수전에 이번에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내국 은행들이 나서 조직 측면에서 보자면 보다 안정적인 미래 설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어차피 내국은행들에게 인수될 것인데 그동안 외국계 자본 돈벌이만 시켰다는 아쉬움이 일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환 위기 이후 폭격 끝난 전장의 폐허처럼 처참하던 금융시장이 이제야 비로소 전후복구가 이루어진 것인가 싶은 안도감도 든다.

이제 문제는 외환은행의 인수를 통해 한국의 금융산업이 무엇을 얻을 것인지 청사진을 미리 그려보는 일이다.

인수전에 나서는 국내 은행들이 단순히 국내 시장만을 바라보고 뛰는 것은 아닐 터이다.

우리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으니 들어올 자본이 그들 뜻대로 들어오듯 우리 은행들 또한 그들 시장을 유유히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외교적 성과로 원칙적 가능성은 웬만큼 확보됐으니 이제 필요한 것은 그에 합당한 실질적 힘을 가진 금융자본 몸만들기다.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이 모두 이미 합병의 과정을 통해 몸통을 키웠지만 그렇다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힘겨루기를 할만큼 충분히 성장하지는 못했다.

주택은행과 합쳐진 국민은행은 소매금융+소매금융으로 덩치만 보자면 웬만큼 커졌지만 사업 내용상으로는 일종의 영향불균형 상태를 못 벗어났다.

물론 스스로의 덩치보다 더 큰 서울은행을 흡수해버린 하나은행 역시 편식증상이 국민은행보다는 덜 하지만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의 시너지 측면에서 그다지 특별한 이점을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외환은행 인수는 그들 두 은행 모두에게 기업·외환 부문의 강점을 더해 큰 시너지효과를 얻을 방법으로 선호되고 있을 것이다.

실용적 판단으로 보자면 이 단계에서 어느 편이 더 큰 시너지효과를 올릴 것인지에 평가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금융계 내부에서도 그런 관점에서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올릴 것이라며 지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성 싶다.

인수 여력도 충분하다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자산 270조원의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게 되고 시장점유율은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외환 위기 이후 공정거래의 룰을 마련하느라 애써온 정부 입장에서 국내 시장에서의 독과점이 뻔히 예상되는 경우 이를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계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초대형 은행의 필요성과 국내 시장에서의 공정경쟁 여건을 마련, 관리해야 할 당위 사이에서 정부 당국이 어떤 의미에서든 고민을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적 실익을 따져 독과점이 예상되는 초대형 은행을 허용할 경우 국내에 드나들 외국계 자본들을 통제 관리하는데 엄청난 장애가 초래될 가능성도 크고 또 여타 산업분야에서의 독과점 규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내외적으로 외환은행 인수전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해버린 국민은행 입장에서도 이런 정부의 딜레마를 잘 알고 있을 터이니 그런 정부 처지를 감안하고 어떻게 정부로 하여금 결정의 부담을 덜고 손을 들어줄 수 있을지 방안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과거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한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던 삼성그룹이 수출 위주 영업의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정부로부터 그다지 신용을 얻지 못한 경험이 있다.

결국 국내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며 공멸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정부의 견제에 밀려 자동차산업 참여의 꿈을 접었다. 다른 품목에서 탁월한 수출 역량을 보인 삼성의 경우도 그랬다.

하나은행이나 국민은행이나 정부에 제공할 어떤 논리적 무기를 마련하고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인지 아직 알려진 바는 없다.

부디 합당한 시장 타개책들을 갖고 나섬으로써 인수전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후유증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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