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르노삼성의 반쪽 독자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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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그간 내수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내 하위권 완성차 업체들이 재기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올 2분기 흑자 전환한 데 이어 꾸준히 판매를 늘려가고 있으며, 르노삼성자동차도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두 회사 모두 대규모 구조조정, 실적 악화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만큼, 이 여세를 몰아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는 당장의 판매 회복보다는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외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 어떤 형태로 성장할지가 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자칫 '토종 브랜드'의 명맥만을 유지한 채 외국 자본의 배만 불린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독자적인 제품 라인업을 만들어내는 '신차 개발 능력'이 주요 관건으로 거론된다. 자동차 회사가 모회사의 단순한 해외 지사 역할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쌍용차와 르노삼성이 내놓은 '회생 계획'에 대해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쌍용차는 올 상반기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을 상대로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이 투자를 계기로 2015년 출시될 소형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 등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가칭 'X100'로 알려진 이 신차는 모터쇼 등에서 콘셉트카 형태로 공개된 바 있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신차가 출시되면 쌍용차가 명실상부한 '흑자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르노삼성은 향후 출시될 중형세단 개발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당장 드러난 구체적인 계획은 닛산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것뿐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남아도는 생산 케파를 글로벌 수출 모델을 만드는 데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결국 르노그룹의 글로벌 전략모델을 조립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르노삼성이 올 하반기 국내 생산 모델이 아닌 수입산 'QM5'를 들여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어 이같은 우려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독자 개발보다는 수입산 모델 판매에 의존하는 '거대 하청공장' 역할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수입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박동훈 부사장과 안영석 상무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는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순수 국산차 브랜드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계 모기업을 배경에 두고 있긴 하지만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나머지 완성차 업체가 자생력을 갖춘 '독자 행보'를 걸을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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