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특급호텔 사업 숨통 트이나
대한항공, 특급호텔 사업 숨통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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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광진흥법 개정 추진
야당·시민단체 "특혜" 반발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정부 규제로 지난 수년간 답보 상태에 빠져 있던 대한항공의 호텔 사업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대한항공은 중·고등학교 인근에 호텔이 들어설 수 없다는 현행법에 가로막혀 호텔 설립을 승인받지 못했지만, 당·정·청이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정부 "2조원 투자효과"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정부는 3차 투자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학습환경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해성이 없는 관광호텔에 대한 규제와 절차를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현행법에서는 중·고등학교 출입문에서 직선거리 50m(절대정화구역) 내에는 관광호텔이 들어서는 것이 불가능했고, 200m(상대정화구역)까지는 교육청 소속 학교정화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로 인해그간 정화위의 승인을 받지 못해 호텔 설립에 난항을 겪었던 사업자도 적지 않았다. 서울 도심에 7성급 호텔을 지을 예정이었던 대한항공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정부는 향후 학교정화위 운영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꾸고 유해성 없는 관광호텔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간 학교정화위로부터 불승인된 사례 가운데 여전히 사업자가 재추진 의사를 갖고 있는 경우는 재심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보완 방안을 마련해 국회 법안심사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상대정화구역에는 학교정화위 승인없이 호텔 건립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막힌 투자 물꼬를 트면 약 2조원의 투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특급호텔 설립 또한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회사 측은 정부 발표에 따라 사업계획 변경안을 만들어 서울시에 재심의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경복궁 부근 약 3만6000㎡ 부지(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를 매입한 바 있다. 이 부지에 '복합문화단지' 개념의 관광호텔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주변에 풍문여고·덕성여중 등 여러개의 중고등학교가 위치하고 있어 설립 허가에 난항을 겪어왔다.

대한항공은 2010년 서울중부교육청으로부터 호텔 건립 승인을 받지 못하자 서울행정법원에 '학교환경 위생정화구역내 금지행위 등 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후 2011년 1월 고등법원, 2012년 8월 대법원 항고까지 진행했지만 법원은 연이어 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선 건물 설립 허가가 나야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할텐데, 이 부분이 지지부진해 다른 부분은 시도를 못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야당·시민단체 반발 이어질 듯

그러나 정부의 '3차 투자활성화 방안'을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야당에서는 이번 발표가 대기업 특혜에 불과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경우 지난 2011년 6월에도 발의된 내용이지만, 야당의 반발로 국회에 계류된 바 있다.

이날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호텔 건립 지원 계획에 대해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고 교육환경만 악화시키는 정책임에도 지속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특정 대기업을 위한 지나친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의원은 "대한항공이 호텔 설립을 추진한 지역은 3개 중·고교가 둘러싼 지역인데다, 부지에 유물이나 문화재 발굴 가능성이 있어 반대 여론도 비등한 상황"이라며 "정부 역시 '현장에서 대기중인 기업 프로젝트 발굴'이라는 노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대기업 맞춤형 정책임을 고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시민단체인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등도 "경복궁 근처 부지는 일반 상업시설을 짓기에 부적절하며, 교육 여건상으로라도 호텔 건립은 타당치 않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 특혜를 줬다기보다는 일자리 창출, 관광객 유치 등 긍정적인 측면을 보고 지원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연장, 갤러리, 쇼핑센터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시설을 세우려는 계획"이라며 "불건전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성장시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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