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빠진 금융권 고졸채용…정권 따라 '온-냉탕'
맥 빠진 금융권 고졸채용…정권 따라 '온-냉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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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했던' 3개년 목표, 정권 바뀌니 "못 지켜"

[서울파이낸스 윤동 문지훈기자] MB정부 시절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며 '붐'을 일으켰던 금융권 고졸채용이 박근혜 정부 이후 급격히 시들해진 모습이다. 당시 거창하게 '3개년 계획'까지 발표했던 기관들마저도 여력이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13일 은행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사들의 고졸채용 붐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한 시중은행을 찾아 고졸사원을 격려하면서 "나도 야간상고 출신이다. 고졸채용을 늘리겠다"고 발언한 이후 금융권 전반으로 고졸채용 움직임이 확산됐다.

당시 금융위원회도 5개 금융협회를 모아 금융권의 일자리 창출 추진현황 점검 간담회를 여는 등 금융권에 고졸채용을 밀어붙였다. 이에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는 3년간 각각 2722명과 1067명의 고졸을 채용하겠다고 밝히는 중장기 계획안까지 내놨다.

◇은행권, 전년비 31.33% 급감

▲ 출처: 각 은행, 증권사. 주요 은행은 8개 대형은행, 주요 증권사는 10대 증권사. 2013년은 계획이 미정인 곳도 있음.
하지만 새 정부 들어서면서 고졸채용 붐은 크게 꺾인 모습이다. 8개 대형 은행(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NH농협 KDB산업 IBK기업)들의 고졸채용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345명을 채용한 다음 지난해에는 715명을 채용해 107.25% 크게 늘었다.

하지만 올해 8개 대형은행의 고졸채용은 491명으로 전년대비 31.33% 줄었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채용이 마무리되지 않은 곳이 있지만 전년대비 100명 이상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는 전망이다.

이와관련 은행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고졸채용에 대한 관심이 크게 후퇴한 것도 원인이지만 수익성 악화가 더 근본적인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고졸 채용 역시 일정 규모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분위기 개선 및 직무만족도·업무연속성 향상 등 특성화고 출신 채용으로 인한 장점들이 많다"며 "경영환경 악화 등의 영향으로 채용 규모가 전년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양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전년비 45.68%↓…사실상 '포기'

증권업계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사실상 고졸채용을 포기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2011년에 368명의 고졸 출신 직원을 채용해 목표를 채웠다. 지난해에도 8월까지는 149명을 채용하는 등 계획달성에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올해에는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국내 10대 대형증권사의 고졸 채용 인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는 162명을 채용했으나 올해에는 88명으로 절반(45.68%)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 꾸준히 고졸채용을 늘린 증권사는 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 불과했으며, 다른 증권사들은 2011~2012년 대비 올해 채용계획을 줄이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창구 직원 등 고졸직원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증권사들의 경우 보다 전문적인 업무능력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황이 악화되면서 대졸 채용도 줄고 있는데 고졸채용 역시 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정부의 고졸채용 확대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현실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라는 것.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에도 은행권이 주요 타겟이고 금융투자업계는 따라가는 수준이었는데 지나치게 수치를 높게 잡았다는 불만이 있었다"며 "정부 압박에 따른 전시성 정책이 아니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당시 정부가 고졸채용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국책은행 등을 중심으로 금융권을 몰아붙인 결과"라며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정책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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