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협회 손 들어준 당국…'보험정보 일원화' 무산되나
보험협회 손 들어준 당국…'보험정보 일원화' 무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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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협회, 불법 정보집적 '경징계'
"입장 바뀐 당국, 범법자 두둔" 비판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금융위원회가 생명·손해보험협회의 보험정보 집중 범위를 확대해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당국의 보험정보 일원화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생보협회, 경징계 받을 듯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위법사항을 적확히 하기 위해 의뢰한 유권해석에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계약자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는 합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진단정보는 안되지만 질병정보는 집적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생보협회는 오는 9월12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당초 예상됐던 중징계가 아닌 경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생보협회는 금감원 검사 결과 허용되지 않은 개인정보를 집적한 사실이 적발됐다. 신용정보법으로 보험정보를 집적하고 보험업에 사용한 것이다. 이는 '정보의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하는 위법이다.

생보협회는 2002년 재경부가 '보험정보도 신용정보'라는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금융당국이 승인한 계약자, 성별, 주민등록번호, 보험금지급사유 중 사망, 상해 등 25가지만 집적할 수 있다.

그러나 생보협회는 질병정보, 사망원인 등 180개에 달하는 정보를 불법으로 집계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고정보와 계약정보가 다른 기관에서 집적되면서 업무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성과 중복투자, 신용정보법을 이용해 보험정보를 집적하는 법률리스크, 개인정보보호법 위배 등의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14년간 진행했던 보험정보 일원화, 결국 '없던일로'?
이에 따라 생·손보협회가 보험정보 일원화를 둔 당국과의 싸움에 2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권해석은 협회가 정보집적하는 것을 허락한 셈이어서 지난해 추진됐던 보험정보 일원화 방안이 또다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999년 금융감독원은 보험정보 일원화를 추진했으며, 정부의 금융정보화추진 보험소위원회는 생·손보협회, 각 보험사들과 논의 후 2000년 2월 보험개발원으로 일원화하기로 정했다.
 
당국은 보험협회, 보험사에 적극 지원을 당부했지만, 보험사들은 협조하지 않았다. 보험개발원은 2001년 6월 ICPS(보험사고정보조회시스템)을 개발해 각 보험사에 정보 제공을 요청했지만, 보험사들은 사고정보는 제공했을 뿐, 계약정보는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제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보협회는 KLICS(계약정보조회시스템)을 2007년에 개발하고, 계약정보를 집적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보험정보 일원화는 잠정 중단된 바 있다.

◇협회의 정보집적, 가능했던 이유는?
이번 유권해석에 대해 업계에서는 '모피아의 힘'이라고 분석했다. 한 관계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사무관 시절에 담당 과장이 바로 김규복 생보협회장이었다"며 "선후배 관계가 확실한 행시 출신인데다, 담당 후배였으니 김 협회장의 의견을 신 위원장이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수장의 선후배 관계가 당국과 협회의 위치를 뒤바꿔놨다는 것.

이어 "보험정보 일원화가 지지부진된 것도 처음엔 금융감독위원회가 분리된 후였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이 적극 나섰지만, 신제윤 위원장과 보험과장이 바뀐 뒤 생보협회에 유리한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판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금융위가 생보협회가 집적하던 25가지 정보 외에 더 많은 항목도 정보를 집적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생보협회가 유권해석 진행 당시 금융위에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돌고 있다.

◇입장바뀐 금융위, 소비자보다 이익단체 우선?
이에 금융당국의 대한 비판적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가 입장을 바꾼 것은 본인의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이고,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를 인정하는 현 모습은 상식을 떠난 행위라는 것이다.

또 소비자 보호를 외치던 당국이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고 이익단체를 두둔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생·손보협회가 개인정보보호를 불법으로 집계한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질러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는데, 당국이 범법자를 두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경징계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에 대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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