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푸어 지원' 전·월세 대출, 기대보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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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 안드는 전세Ⅱ' 이어 내달 후속상품 출시
실효성 전망 엇갈려…"가계부채質 악화"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채선희 문지훈기자] 정부의 렌트푸어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국내 은행들이 각종 전·월세 대출상품 출시를 시작했다. 그러나 상품 자체의 실효성 대한 의문과 함께, 대출정책이 국내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목돈 안드는 전세Ⅱ…금리↓한도↑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NH농협 등 6개 은행은 이날부터 '목돈 안 드는 전세Ⅱ' 대출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판매에 나선다. 또한 내달안으로는 후속 상품인 '목돈 안 드는 전세Ⅰ'과 월세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전·월세 관련 다양한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정부가 최근 주거 취약계층의 여건이 급격히 나빠 졌다고 판단, 은행권에 세입자의 임차료 부담을 덜 수 있는 금융상품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목돈 안 드는 전세Ⅱ는 세입자가 전셋값을 돌려받을 권리를 은행에 넘겨 대출한도를 늘리고 대출금리도 인하한 상품이다. 대출한도는 최대 2억6600만원으로 최대 보증한도(80%)를 적용한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대출 2억4000만원에 은행 신용대출 2600만원이 더해진다.

이 상품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판매된다. 신규계약의 경우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과 주민등록 전입일 중 빠른 날부터 3개월 내, 갱신계약은 주민등록 전입일부터 3개월 이상 지나고 계약  체결일로부터 3개월 내 신청 가능하다.

금리는 코픽스 기준 연 3.6~4.93%다. 일반 전세자금대출보다 0.2~0.3%p 가량 낮은 수준으로 보증료 인하분 포함 시 세입자들의 부담이 0.5%p 가량 낮아진다.

기준금리 산정방식은 △신규 및 잔액기준 코픽스와 △코리보 △금융채권 수익률 △양도성예금증서(CD) △내부  기준금리(MOR) 등 은행마다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삼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고정금리, 신한은행은 금융채 및 CD, NH농협은행 MOR 등을 추가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코픽스가 아닌 코리보와 고정금리를 금리 산정방식으로 결정했다.

코픽스 기준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금리는 3.63~4.93%로 금리폭도 시중은행 중 가장 넓다. 이밖에 △KB국민은행 3.9~4.2% △우리은행 3.62~4.52% △하나은행 3.7~4.5% △NH농협은행 3.6~4.8% △IBK기업은행 금리는 3.65~4.58%로 확정됐다.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내는 대신 집주인이 대출을 받는 '목돈 안 드는 전세Ⅰ'은 내달 선보일 예정이다. 금리는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수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담보인정비율(LTV)은 70% 이하에서, 총부채상환 비율(DTI)의 경우 은행이 자체적으로 적용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외한 각 은행들은 월세대출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지난 3월 말과 4월 초 월세대출을 먼저 선보였다.

◇ 실효성 논란 여전

렌트푸어를 위해 연이어 선보이는 대출상품에 대해선 은행권 내에서조차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세입자들의 주거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전셋값 상승 억제 등 근본적 해결책 없이 대출만 종용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MB정부 시절 녹색금융에 이은 관치상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A은행 관계자는 "목돈 안 드는 전세Ⅱ의 경우 기존 상품보다 대출한도를 늘리고 저금리로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상품을 찾는 고객들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목돈 안 드는 전세Ⅰ은 집주인들이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월세대출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다. B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월세대출을 취급한 은행이 두 곳에 그쳐 홍보가 잘 안 된 측면이 있다"며 "취급 은행이 확대되는 만큼 대출을 받는 고객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C은행 관계자는 "월세 세입자들의 경우 상당수가 저소득·저신용층일 가능성이 높다"며 "앞서 상품을 선보인 두 은행의 실적이 저조한 점에 미뤄 대출 수요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은행의 '우리월세안심대출'과 신한은행의 '신한월세보증대출' 실적은 각각 4700만원(5건), 5400만원(5건)에 그치고 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빚을 권해 자칫 세입자의 부담만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빚은 980조원으로 집계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분기까지만 해도 감소세를 보였던 가계대출이 3개월만에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것. 가계대출은 이 가운데 926조7000억원을 차지하며 전분기보다 17조5000억원 증가해 증가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는 주택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대비 5조6000억원 증가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3분의 1수준에 달했다. 가계부채가 올해 안에 1000조원을 넘어 설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내놓는 전·월세 대출 상품은 가계의 빚 부담을 늘려 부채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은행권의 전·월세대출 상품은 전·월세 자금 마련이 부족한 저소득 계층을 포함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기 때문에 부채의 질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며, 전세대출 확대로 전세가격 상승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값은 52주 째 상승하는 가운데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2% 상승,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가계부채 위험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가계부채 위험도는 148.7점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54.4점에 근접했다는 것.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셋값 안정을 통해 서민들의 추가 전세자금 대출수요를 축소시키고 가계의 이자부담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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