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보호? 보험업계의 '이율배반'
[기자수첩] 소비자 보호? 보험업계의 '이율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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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민원을 감축하고, 소비자 권익보호에 적극 나서겠다던 보험업계가 뒤에서는 오히려 소비자를 우롱한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하고 있다.

최근 흥국생명과 알리안츠생명, KDB생명은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보험계약 비교 안내 전산 시스템 운영 미비로 각각 4200만원, 2600만원, 7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임직원 17명은 각각 주의 또는 견책, 주의 조치를 받았다.

흥국생명은 보험계약자에게 중요사항을 비교 안내를 하지 않아 기존 보험계약을 소멸시키고,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했다.

또 알리안츠생명은 중요사항을 계약자에게 알리지 않았고, 은행 적금 대비 유리한 이자 지급 구조나 연수익률 최고 32.1% 등의 예시를 제시해 고수익을 제공하는 것처럼 꾸몄다. KDB생명은 전화를 통해 모집한 계약 중 기존 계약을 소멸시켰다.

이에 앞서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1~2만원의 1년 만기인 단기보험을 임직원에게 판매해 신보험계약건수를 늘려 민원의 비중을 줄이려 했다. 계약건수를 늘려 민원비중이 적은 것처럼 눈속임을 하려다 적발된 것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민원감축 방안이 발표되면서 이같은 꼼수는 이미 예견됐었다는 반응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생·손보사를 막론하고 많은 보험사들이 유사한 방법을 쓰고 있으며, 한 대형 손보사는 1년만기 보험으로 신계약을 늘려 비중을 대폭 감소시켰다"며 "당시 이름이 거론된 보험사는 뒤늦게 따라하다 걸린 '운 없는' 케이스"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상당수 보험사들은 겉으로는 보험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금융당국을 의식해 갖은 꼼수를 써왔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협회 차원의 민원감축 노력은 지속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실제 생명보험협회는 지난달 한국소비자금융학회에 1억2000만원 가량을 들여 '생명보험업의 민원발생 유형 및 소비자보호 강화방안'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연말까지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 소비자보호에 한층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의 '눈가리고 아웅식' 꼼수가 지속될 경우 이같은 협회 차원의 노력은 면피용에 그치고 만다. 그동안 업계는 금감원의 민원감축 방안에 대해 '새로울 것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새로울 것 없는 방안조차 실행에 옮기지 않고 그동안 무슨 노력을 해왔느냐고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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