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굶는 은행권, 누굴 탓하랴
[기자수첩] 배굶는 은행권, 누굴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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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경기부진에 저금리 기조까지 겹치면서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게 된 은행들이 장기적인 성장은 커녕 당장 먹을거리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실제 올해 2분기 국내 은행들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분기 국내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1000억원)에 비해 48.0%(1조원)감소했다. 순익이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수준에 그친 것.

주요 수익원인 이자수익은 8조7000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00억원 감소했다. 은행 수익 구조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역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2분기 NIM은 1.88%을 기록,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 최저치(1.72%)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NIM은 2011년 1분기 이후 단 한번도 상승한 적이 없다.

비이자이익 부문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 2분기 비이자이익은 5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1조원)에 비해 5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은행들은 '수수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최근 금융노조는 "금융감독원이 은행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한 수수료 인하는 금감원 자신들이 만든 작품"이라며 "수익 악화의 책임을 금융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현재 은행권의 위기가 대내외 경기침체와 저금리, 수수료율 인하 등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은행권의 위기는 은행 자신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호시절을 지내는 동안 은행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수익원을 다변화 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일관해 왔다.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움직임도 번번이 체면치레 수준에 그쳤다.

결국 국내 제조업체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은행산업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 더뱅커지가 발표한 '2013년도 세계 1000대 은행' 중에서 국내 은행은 고작 10개가 포함됐을 정도다.

이는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은 커녕 태국(12개), 베트남(11개)에도 뒤지는 수치다. 이런데도 지난해 4대 은행의 평균 직원 연봉은 약 7500만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 평균 연봉인 7000만원보다도 많았다.

물론 이같은 경쟁력 후퇴를 마냥 은행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정권의 입맛대로 CEO인사가 결정되는 관치금융이 경쟁력 후퇴의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외국 금융사에 대한 보수적인 관행을 고치고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일면 다행스러운 대목이지만 당국의 방침이 어느정도 실현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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