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수급엇박자'…전셋값 폭등 장기화되나
전·월세 '수급엇박자'…전셋값 폭등 장기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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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올 들어 주택시장에서 월세는 공급과잉, 전세는 물량부족의 '수급 엇박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는 매물이 없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반면 월세는 세입자들의 외면으로 물건이 남아돌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수급 엇박자' 지속으로 전셋값 폭등이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월세전환율 역대 최저치
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월세전환율은 6.68%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전셋값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연간 이자율을 뜻한다.

이는 최고점인 2002년 12월 10.04%보다 3.36%p 하락한 수치이다. 다시 말해 전셋값이 1억원인 아파트를 보증금 없이 월세로 전환할 경우 연간 월세가 2002년에는 1004만원이었다면 지금은 668만원인 것이다.

실제로 전국 주택 월셋값은 넘쳐나는 물량 탓에 최근 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8개 시·도와 수도권 주택 월세는 지난해 말보다 0.5%, 0.9% 각각 내렸다. 수도권의 경우 인천 1.6%, 서울 1.2%, 경기 0.4% 순으로 낙폭이 컸다.

이에 반해 전세는 강세다. KB부동산 알리지 조사 결과 전국과 수도권 주택의 전셋값은 올해 각각 0.37%, 0.46% 올랐다.

특히 서울 연립주택 전셋값은 △5월 0.06% △6월 0.15% △7월 0.44% 등으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이 중 서울 강북권 연립 전셋값은 7월에 0.46% 올라 상승폭이 2007년(0.84%)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 저금리 장기화로 월세전환 증가
이처럼 전세와 월세시장 간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전세는 수요가 몰려 물량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데 반해 저금리 장기화로 월세물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려 '전세물량 감소'와 '월세물량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실제로 기준금리와 월세 거래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3%에서 연 2.75%로 인하했다. 이후 지난달 서울 주택 월세 거래는 2899건으로 기준금리가 떨어진 지난해 10월(2366건)에 비해 약 11% 늘었다. 반면 전세 거래는 같은 기간 1만391건에서 7899건으로 23% 줄었다.

김혜연 렌트라이프 대표는 "수억원대 전세보증금을 받아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반면 세입자들은 전셋집만 찾으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도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려져 사람들이 전세로 눌러앉길 원하고, 집주인들은 저금리가 장기화되자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물량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소형주택 과잉공급·하반기 입주물량 감소 '부채질'
또한 월세 임대가 주류인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난립한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가 1~2인가구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2009년부터 공급에 나선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2010년 2만여가구에서 지난해 12만가구를 넘어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익형 부동산 바람을 타고 1~2인용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만 쏟아진 점도 전세난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하반기 입주물량이 급감하는 점도 전세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하반기 수도권 입주물량은 2만9177가구로, 전년동기(5만8511가구)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김수연 닥터아파트 콘텐츠팀장은 "신규 입주물량 감소는 전세대란에 결정적 요인은 아니지만 전세수요 증가에 반해 전세공급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수요초과'라는 수급불균형을 초래한다"며 "이로 인해 전셋값 폭등은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동산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3~4인용 주택을 늘리는 한편, 매매수요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전세보증금 과세제 폐지 및 임대주택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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