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바꾸고"…은행·증권사 '조직슬림화' 잰걸음
"줄이고 바꾸고"…은행·증권사 '조직슬림화'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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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 문지훈기자] 금융권의 수익성 악화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CEO 교체와 함께 대대적인 비용 슬림화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사 및 은행들은 본점 조직을 대폭 축소시키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임원급 인원을 대폭 줄이는 구조조정 작업에 한창이다. 

◇ 임원 줄이고 조직 축소하고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경우 경영환경 및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본점 인력을 영업일선으로 재배치 하는 방식의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들어 CEO가 교체된 KB국민은행과 KDB산업은행의 경우 경영전략 변화에 따른 인사변동폭이 크다. 

지난 23일 조직개편을 실시한 KB국민은행은 그룹·본부·부서 3선 체제이던 조직을 본부·부서 2선 체제로 축소했으며 부행장도 기존 10명에서 7명으로 줄였다.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겸 KDB산업은행장)도 첫 조직개편을 통해 산은을 1그룹 9부문 5본부 1센터 46부(실)에서 10부문 5본부 47부(실)로 축소했다. 특히 기존 소매금융그룹을 소매금융부문으로 격하했다.

여타 은행들도 본점 직원을 영업일선으로 보내는 방식의 조직 슬림화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본점 내 유관부서 260여개 팀을 220~230여개로 줄여 남는 인력을 영업점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 25일 하반기 인사를 통해 본점 직원 170여명을 영업점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본점 조직을 슬림화했다.

◇ 증권업계 전반으로 확산

증권업계의 경우 CEO 교체와 맞물려 슬림화 작업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증권업계의 경우 적자 증권사가 속출하는 등 은행권 이상의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어 인력 구조조정도 맞물려 진행되는 양상이다.

KDB대우증권은 지난 24일 조직개편을 통해 '성장사업본부'나 '미래금융부'를 신설하기도 했지만, 조직 전체적으로는 6부문31본부에서 5부문1총괄 29본부로 슬림화했다. 같은 날 실시된 임원인사에서도 종전 37명이던 임원을 32명으로 줄였다.

우리투자증권도 김원규 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우리투자증권은 다음달 매각 공고를 앞두고 있는 만큼 비용 최소화에 역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증권은 리스크관리본부와 리서치본부, 상품총괄본부가 사업부에서 본부로 격이 낮아졌다. 이로써 8개 사업부에서 4개 사업부(WM사업부, IB사업부, Wholesale사업부, Trading사업부) 및 경영지원총괄 중심으로 조직을 슬림화했다. 동시에 종전까지 30명이었던 임원도 25명으로 줄였다.

한화투자증권도 최근 사의를 표명한 임일수 대표 후임으로 주진형 전 우리투자증권 전무가 내정되면서 조직개편의 여지가 생겼다. 오는 9월 초 열릴 주주총회에서 주 내정자가 대표에 오르게 되면 조직개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이날 취임식을 가진 정회동 KB투자증권 사장도 신규 선임된 만큼 앞으로 인사나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 수익성 방어 '기대반 우려반'

이같은 금융권의 몸집 줄이기는 갈수록 심화되는 수익성 악화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9조원으로 2011년 11조8000억원 대비 23.2%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추가로 수익성이 악화돼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조3000억원에 비해 44.9% 하락했다.

증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전체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2408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2126억원 대비 43.9% 떨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의 조직슬림화는 이전부터 추진돼 왔지만 올해에는 CEO 교체와 맞물려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라며 "현재로서는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CEO들의 일관된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직슬림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CEO가 바뀌었다고 임원을 교체하는 것은 경영 연속성 측면에서 다소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신임 CEO의 경우 친정체계 구축을 위해 조직슬림화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비용 절감은 조직 슬림화보다 일하는 방식이나 일의 규모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며 "조직 슬림화만으로 비용절감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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