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T의 황당 시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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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사실상 연말까지는 LTE-A 서비스가 불가능 합니다"

지난 16일 KT 안양지사에서는 '우리 LTE-A가 이 정도로 느리다'라는 것을 직접 확인해주는 황당한 시연회가 열렸다.

사실 이날 시연회는 KT가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900㎒ 대역의 주파수가 '불량주파수'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KT 관계자도 "이 대역의 전파간섭 영향으로 현재 서울의 4개 구에서만 LTE-A 서비스가 가능하다. 정부의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시연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더 황당했다. KT의 입장이 수차례 번복됐기 때문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KT는 "주파수 간섭 문제가 있어 900㎒ 주파수를 못 쓴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현명 사장은 지난 1일 입장을 바꿔 "전파간섭 문제 해결이 완료되는 지역부터 900㎒ 주파수에서 단계적으로 LTE-A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결국 표 사장의 발언은 이날 시연회로 보름만에 뒤집어졌다. 물론 KT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표 사장 발언 3일 전인 지난달 28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KT의 인접대역이 경매 매물로 나오는 방안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KT는 인접대역을 할당받아야 LTE-A가 가능하다고 강하게 주장해왔다. 방안이 확정된 만큼 KT 입장에서는 900㎒를 못 쓴다고 할 필요성이 없어진 셈이다. 시간과 비용의 문제일 뿐, 통신을 방해하는 전파를 계속 제거해 나가면 일부라도 쓸 수는 있다는게 KT 측 설명이었다.

당시 SK텔레콤이 LTE-A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출시한 것도 KT의 조급증에 불을 당겼다. 

그렇다면 이날 KT가 이미지 훼손까지 감행하면서 '서비스를 못하겠다'고 번복한 진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KT는 "LTE-A 서비스를 할 수 있으면서 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쟁사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경쟁사 언론플레이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의미다. 업계는 정부의 주파수 경매에서 인접대역을 달라는 KT의 시위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시연회로 KT가 얻는 이익보다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KT는 이미 지난 12일 LTE-A 전용 단말기인 '갤럭시S4 LTE-A'를 판매를 시작했다. 단말기는 있는데 통신망이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표 사장의 말만 믿고 단말기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연말까지 LTE-A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아니라면 굳이 전용 단말기를 사놓고 서비스 개시를 기다릴 필요가 없는 만큼, KT 입장에서도 고객이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시연회로 KT는 또다시 고객들을 우롱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게 됐다. 통신망이 구축되지 않았다면 단말기를 내놓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KT가 진정 고객을 위한다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처세술 보다는 이미 LTE-A 단말기를 구입한 고객들에게 '서비스 시작을 빨리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와 보상정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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