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증권가 전산사고,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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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보다 '빠른거래' 골몰
공론화보다 실수 숨기기 '급급'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주문실수와 전산사고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증권가의 문화와 사고 숨기기에 급급한 각 기관의 태도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 인프라 역할을 하는 한국거래소에서 이틀에 걸쳐 대규모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전일 오전 9시15분부터 66분 동안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코스콤이 운영하는 체크(CHECK) 등 모든 시세 단말기에서 코스피지수가 지연 전송된 것.

사고 원인은 한국거래소의 백업 시스템의 네트워크에 있었다. 거래소가 개장 전 본래 시스템에서 이상을 발견해 백업시스템으로 개장했지만, 백업시스템에는 네트워크 할당이 적어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코스피지수 지연 송출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코스피 지연송출 사고 이후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또다시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새벽 1시22분 한국거래소 전력공급장치에 붙어 있는 애자(경질자기 등으로 만든 고체절연물)가 자연적으로 파손되면서 CME연계 코스피200선물지수의 야간거래가 조기 마감됐다. 야간 선물거래가 시스템 마비로 조기 마감된 것도 지난 2009년 시장을 개장한 이후 처음이다.

증권업계의 사고는 거래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산 시스템의 사고는 아니지만 개별 증권사들의 경우 잦은 주문실수로 구설수에 올라왔다. 지난달 25일 KTB투자증권은 선물시장에서 7000계약 이상 주문을 잘못내면서 시장 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또 올해 초에는 KB투자증권이 코스피200선물에서 수만 계약의 물량을 쏟아내는 주문실수를 저질렀다. 한 호가에 10만주 이상의 물량이 쌓이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주문실수로 두 증권사는 수백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게 됐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위기관리 시스템보다 속도와 효율성만을 중시하고 있는 문화가 사고발생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자동화된 주문은 점차 많아질테고 이에 따른 전산시스템의 중요성도 증가할 것"이라며 "시스템에 대한 관리 및 사고가 생겼을 때 대응 절차가 꼭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증권사들은 전산사고를 막기 위한 위기관리 절차를 도입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0.01초라도 더 빨리 주문을 넣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며 "효율성을 워낙 중시하다 보니 위기관리는 등한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각 업체들이 주문실수나 전산사고를 공론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기보다 평판리스크를 우려해 쉬쉬하는 풍토도 사고발생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든 거래소든 전산사고시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 몇몇 책임자를 문책하고 시스템은 그대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 실수를 막지 못한 시스템은 그대로 남게 되고 결국 언젠가 문제가 재발하개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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