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몽구 회장의 통 큰 사재 출연, 속내는?
[기자수첩] 정몽구 회장의 통 큰 사재 출연,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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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정몽구 회장은 복지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적 복지에 힘을 더하기 위해 사재 추가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현대차그룹)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신이 갖고 있던 이노션 지분 20%(36만주) 전량을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그룹 총수인 정 회장이 직접 자신의 지분을 기탁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적지 않다.

발표 자료에는 '선순환적 복지'와 '저소득층 지원', '미래인재 양성' 등 사회공헌활동을 연상시키는 각종 용어들이 등장한다. 재단 관계자의 "정몽구 회장은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나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는 부연 설명도 함께였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통 큰' 사재출연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정부 기조 부응, 규제망 회피, 사회환원 약속 이행 등을 고려한 '다중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발표시기부터가 공교롭다. 이날은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날이었다. 더욱이 현대차그룹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총수일가의 사익(편법 상속 및 증여) 편취를 도운 대표 사례로 여론의 입길에 끊이지 않고 올라오던 상황이었다. 이노션 역시 그중 하나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의 '결단'이 순수한 기탁으로 비칠리는 만무하다. 그보다 박근혜정부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법안에 대한 적극적인 부응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경우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후계구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점도 간과하기 힘든 대목이다. 최우선 목적을 달성한 상황에서 거스를 수 없는 경제민주화 기조에 '버티기'보다는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속내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통과된 이상, 앞으로는 총수일가 지분이 있는 계열사 거래는 정부의 감시망 하에 놓이게 된다는 점 역시 정 회장으로서는 묵과하기 힘든 부분이다.

또 동기야 어찌됐든 정 회장은 이번 기탁을 통해 지난 2007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항소심에서 사재 1조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부분까지 함께 지켜나갈 수 있게 됐다. 물론 그룹 입장에서는 두 사안을 연관짓는 것 자체가 억울할(?) 수 있겠지만.

이 외에도 최근 현대차그룹은 물류·광고 분야 일감을 중소기업과 나누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정위가 물류, 광고, SI, 건설 등 4개 업종을 일감몰아주기 단속의 핵심 타깃으로 설정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공정위는 최근 물류 부문의 현대글로비스와 광고 부문의 이노션을 대상으로 직권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상생 행보에 대해 문제가 될 부분을 미리 치단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뒤늦게나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행보에 나선 점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대기업들의 이같은 상생 노력이 이전처럼 눈가리고 아웅식의 단발성 이슈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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