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주파수 할당 비방전, 노조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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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정부 집회 예고…SKT·LGU+, 성명서로 '맞불'

[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정부의 주파수 할당을 둘러싸고 이동통신사들간 상호 비방전이 거센 가운데 각사 노조까지 신경전에 가세했다. 노조가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은 통신업계에서도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 "재벌의 저항" vs "사회정서에 편승하려는 꼼수"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노조는 이날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면담을 신청, 관련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청사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했다.

KT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주파수 관련 투쟁 방향을 가다듬을 필요성을 느껴 취해진 조치"라며 "향후 생존권 확보를 위해 투쟁수위를 더욱 높이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KT 노조는 이와 별개로 이날 주요 일간지 1면 하단에 '대통령께 호소합니다. 재벌의 주파수 돈잔치에 서민은 등이 휩니다'라는 제목으로 호소문 형식의 의견광고를 게재했다.

노조 측은 광고에서 "재벌(SK텔레콤, LG유플러스 지칭)의 강력한 저항과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합쳐져 광대역 무선서비스를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정부안 도출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해 주파수 정책이 새롭게 만들어지도록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KT 노조가 이통사간 주파수 전쟁에 직접 나선 가운데 SK텔레콤 노조도 지난 2일 입장을 발표하고 KT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SK 노조는 "무차별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수십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연간 매출이 24조원에 달하는 공룡기업 KT가 경쟁사를 재벌로 운운하고 있다"며 "이것은 '낙인효과'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위장하고 반기업적인 사회정서에 편승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KT는 주파수 할당공고 이전에는 (KT가 가지고 있는) 900㎒ 대역을 불량주파수로 주장하며 인접대역 할당의 정당성을 강조했다"라며 "하지만 방안 확정이후 이 대역을 통해 LTE-A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며 정부와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 "미래부 경매안 반대" 한 목소리…속내는 달라

한편, 현재 정부의 할당계획은 서로다른 두개의 안을 각각 경매에 붙여 각자 안들의 입찰총합을 따로 구한 뒤, 더 높은 금액이 나온 안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1안(밴드플랜1)에는 KT의 인접대역이 없고 2안(밴드플랜2)에만 있다.

따라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자신들이 원하는 1안의 총액을 높여 선택되도록 노력할 것으로 예상되며, KT역시 자신들의 인접대역이 포함된 2안에 1안보다 많은 금액을 걸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매안에 대해 이통사들은 공통적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내는 서로 다르다.

KT는 경쟁사들이 담합해 1안의 가격을 끌어올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1안이 선택돼 인접대역을 가져갈 수 없으며, 2안으로 낙찰받는다 하더라도 경쟁사들이 이미 경매가를 올릴대로 올려놔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KT 노조는 "재벌(SK텔레콤, LG유플러스 지칭)이 담합하게 되면 KT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쓰지않는 한 이길 수 없다"며 "인접대역을 할당받는다 해도 (낙찰액이)통신요금에 전가돼 서민의 부담이 가중되고 일자리 창출이 더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인접대역이 경매안에 포함된 것 자체가 KT에 대한 특혜며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은 CA(다른 대역의 주파수 2개를 묶어 쓰는 방식) 등 막대한 비용을 들여 LTE-A 속도를 구현해야 하지만, KT는 인접대역 할당으로 인한 광대역화로 큰 노력과 비용없이 비슷한 속도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미래부의 할당 방안은 KT 인접대역을 포함시켜 경매 과열과 경쟁 왜곡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KT가 인접대역을 확보하면 수도권에서 즉시 2배빠른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해 통신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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