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법 개정 문제 있다
신용정보법 개정 문제 있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5.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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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개정을 위하여 발의된 신용정보법이,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내용이라 하여 논란과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법의 개정취지는 일부 개인의 신용정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새어나가 전화 등을 통한 비대면 판매의 대상으로 이용되면서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되고 불만이 적지 않다는 데서 비롯 되었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개인의 주소, 주민번호, 금융거래나 체납 등을 망라하는 신용정보를 사용목적에 따라 소비자에게 동의를 받는 일과, 일단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이후 정기적으로 다시 동의를 확인하고,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고자 할 때에는 그 때마다 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이다.

이에 대하여 시장과 금융업계에서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상이라고 비판한다. 대다수의 경제활동인구를 고객으로 하는 소비자금융시장에서 정보의 이용 하나 하나에 대하여 사전에 동의를 얻는 일은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명분에 집착하여 무리하게 강행하면 금융회사의 영업을 크게 제한하게 된다.

신용카드업계의 경우를 보면, 금년 상반기 현재의 회원수는 약 6,980만 명으로 이들에게 발급된 카드숫자는 8,195만 매이다.

한편 카드사는 여행, 보험 등 약 20여 업종과 제휴관계의 부수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용목적 하나 하나에 따라 일일이 미리 동의를 받거나 통보하여야 한다는 일은 아예 장사를 하지 말라는 예기와 다를 바 없다 한다.

소비자의 후생(consumer’s welfare)을 도리어 더 악화 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정보이용이 원활하지 못할 때에는 소비자는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고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정보전달 비용이 늘어나 결국 수수료 등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동시에 금융상품과 시장의 움직임을 알 수 없어지는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으로 개인은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상품을 구입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도 생긴다.

한편, 정보의 활용이 지나치게 제한되면 소비자금융시장은 위축되어 결국 금융경제의 발전이 저해된다. 비대면(非對面)으로 거래할 수 있는 금융영역이 줄어들어나 없어지게 되므로 이에 종사하는 약 25만 명의 텔레마케터 등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부작용도 생긴다.

물론, 개인의 신용정보가 제3자에게 불법으로 흘러 들어가 불의의 피해를 당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현행 법으로 불법유출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면 개정하거나 보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정보가 2,300백만 명이 넘은 모든 경제활동인구의 금융과 경제생활이므로 이들 모두의 전체적 후생을 위하여 효율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모든 정보이용에 하나 하나 구분하여 사전에 동의를 얻게 하는 건 곤란하다. 현실적으로 모든 개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금융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잃거나 줄어들어 그들의 편익을 오히려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정보를 제공하거나 이용할 때 마다 매 건별로 이를 통보하게 하는 일도 역시 시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는 정보제공사실을 금융회사에게 통보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그래도 정히 보완이 필요하다면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정보이용 거부권(opt out)을 사후에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면 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상거래관계가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시장은 자율기능으로 생존한다. 지나친 명분이나 이상주의적 개입은 스스로의 조정력을 퇴화시킨다. 이번 개정안이 지나치게 정보의 활용을 제한하여 금융활동을 위축시키고 금융시장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것이 도리어 그들의 권익을 손상시킨다면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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