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계, '너도나도' 비교시승 마케팅…속내는?
완성차업계, '너도나도' 비교시승 마케팅…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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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교 시승행사 모습.

국산차 이어 일본차도 관련 마케팅 활용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해당 업체의 차량 뿐만 아니라 경쟁 차종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비교 시승'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경쟁 제품과의 품질 우위를 증명하려는 '도발적인' 마케팅 형태로, 경쟁 타겟을 분명히 설정함으로써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려는 포석도 담겨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에 이어 수입차와 자사 모델을 비교할 수 있는 고객 이벤트를 시작했으며, 한국토요타를 비롯한 일본차 업체들도 국산차를 겨냥한 시승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현대차가 비교 시승행사에서 배치한 타사 제품은 주로 독일차와 일본차.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폭스바겐 골프, 미니 쿠퍼, 토요타 캠리, 렉서스 ES350가 그 대상이다. 기아차도 비교 대상으로 BMW 740i와 렉서스 ES 350를 내놨다. 그중에서도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현대차의 국내 고급차 시장점유율을 위협하는 차종으로 정평이 나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수입차와 국산차를 직접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를 못 가졌다가, 막상 이벤트를 통해 체험해보니 '생각보다 국산차도 탈만하구나'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벤트에 참여한 모든 고객들이 국산차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막상 비교 체험을 하고 나서 오히려 '수입차가 더 낫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고객들도 다수다.

실제로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대차 비교 시승행사 후기를 살펴보면 엇갈리는 반응들이 적지 않다. 네티즌 우****는 "막상 수입차들을 타보니 실내 디자인이 가격대비 매력적인지 모르겠다"며 "수입차가 나쁜게 아니고 그만큼 국산차가 성장한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네티즌 카****는 "현대차 비교 시승행사를 다녀왔는데, 결론은 수입차의 승리였다"며 "국산차도 전반적인 주행 테스트에서 나쁜편은 아니었지만 살짝 모자라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평했다.

이처럼 비교시승 행사는 자칫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지만, 오히려 이같은 마케팅을 활용하는 업체는 늘어나는 추세다. 대결 구도를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메케팅 효과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진행하고 있는 시승 이벤트가 단순히 자사 상품의 품질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수입차를 견제하고 그들과 '동급 이미지'를 가져야 하는 국산차 입장에선, 이보다 좋은 마케팅이 어디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결국 경쟁 차량과의 대결 구도를 통해 수입차가 국산차보다는 '무조건' 우위에 있다는 편견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도 "모든 고객들의 반응이 좋을 수만은 없다"면서 "다만 현대차가 BMW나 벤츠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브랜드 파워는 모자라지만, 품질만큼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취지다"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수입차들도 반격에 나섰다. 한국토요타는 지난 2월 시승행사에서 '캠리'를 현대차 '그랜저'는 물론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안방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현대차와의 경쟁구도를 만들 경우 탄탄한 국산차 수요층을 뺏어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최근 공격적인 가격 할인 프로모션에 나선 것도 현대차와의 가격 편차를 줄여 동급 선상에서 비교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BMW나 벤츠, 아우디 등은 현재까지 이같은 행사 계획이 없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그같은 마케팅을 펼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나가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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