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떴다방, 이제는 떠야할 때
[기자수첩] 떴다방, 이제는 떠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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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당첨됐어요? P(프리미엄, 웃돈)가 많이 붙었어. 팔아 얼른", "지인 명의로 당첨된 청약통장이 있는데 투자 한 번 해보실래요? 층이랑 향이 괜찮아. 이런 건 트러블(양수·양도자 간 분쟁)도 없고 P도 조정 가능해"

최근 개관한 한 견본주택 인근에는 가로수와 가로등에 천막과 간이테이블, 의자 등을 묶어 자리를 선점해 아무런 제지 없이 불법영업을 하는 속칭 '떴다방'이 5~6개 줄지어 섰다.

이들 '떴다방'은 무등록 이동식 중개업소를 칭하는 말로, 분양권 전매를 위해 견본주택 인근에 진을 치고 있는 중개업자를 가리킨다. 정식허가를 받은 중개업소도 있지만 이 역시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다.

현재 관할 세무서와 지방자치단체는 부동산중개업법과 주택거래촉진법에 의해 '떴다방' 영업으로 적발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런데도 소위 '대박'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분양단지에는 여전히 떴다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지만 이들 떴다방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건설업체들의 방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분양업체들이 주목받는 아파트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떴다방을 불러 모은다"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문제는 떴다방의 폐해가 비단 해당 분양단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으로 분양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떴다방의 경우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시장교란을 야기한다. 

일례로 떴다방 업자들은 지역민들에게 "청약에 당첨되면 얼마를 주겠다"며 가짜청약에 나서게 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물건은 떴다방 업자들이 실수요자들을 상대로 'P'를 얹어 되팔고 있다. 이는 결국 '순수하게' 청약에 나선 실수요자들의 기회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분양가에 비정상적인 'P'가 붙어 아파트값이 왜곡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처럼 P가 붙은 분양권의 경우 매입하더라도 법적으로 완벽하게 재산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떴다방 업자들이 법무사 공증을 통해 '거래확약서'를 써준다고는 하지만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이상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이면계약서를 써야한다.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는 이상 적발이 어려운데다 'P'를 어느 정도 주더라도 그 이상으로 집값 시세가 형성되기 때문에 설령 그것이 거품일지라도 자산증식에 보탬이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부동산 침체기에는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단기 시세차익을 올리기 어려운데다 입주시점 무렵에는 분양권 프리미엄이 바닥을 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떴다방의 '감언이설'에 결코 현혹돼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사실 아파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떴다방'의 기세는 대단했다. 서민들의 재산증식에 도움을 준다는 시각마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부동산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부동산 불패신화'가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떴다방 역시 더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모처럼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는 만큼, 분양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부정행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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