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쇼크',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찬물'
'버냉키 쇼크',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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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상승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벤 버냉키 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1대책으로 겨우 숨통이 트여가던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국내 은행들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아파트 매매·분양시장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 회복세 '일장춘몽?'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은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4%대까지 내려간 상태다. 일부 외국계 은행들은 3%대에 들어선 곳도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은행들이 4.1대책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 금리를 내린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이 9만136건으로, 2008년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버냉키 쇼크'로 부동산시장 회복세가 '일장춘몽'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적완화 정책은 중앙은행이 더 많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경기부양책으로, 최근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조기종료와 그에 따른 선진국들의 출구전략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각국의 증시폭락과 달러강세 등 '버냉키 쇼크'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선진국들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고금리 채권에 유입됐던 외국자본이 급격히 회수되면서 미국달러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시중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인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4일부터 주택담보대출금리인상을 확정짓는 금융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정금리 상품의 경우 할인금리인하 항목을 삭제하거나 그 폭을 축소해 고객들이 0.4~0.5%p 정도 대출 금리를 더 부담해야 한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상품 역시 0.1~0.3%p 정도 금리인상을 앞둔 금융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매매·분양시장 위축 우려
이에 부동산업계에서는 금리부담이 신규 구매수요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대출금 비중이 높은 주택보유자들을 압박하면서 부동산시장에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버냉키 쇼크'로 시중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이자를 갚아야 하는 하우스푸어들의 사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대부분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특성상 매매 및 분양시장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도 "취득세 감면 혜택도 이달 말로 종료되는 시점에서 하향 추세였던 금리가 미국발 쇼크로 오를 경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의 하우스푸어 대책도 실효성이 크지 않은 만큼 시장 악화가 우려된다"라고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실물경기 침체와 맞물렸다는 측면에서 더 큰 악재로 평가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금리 상승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부동산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대출 등 시중금리는 오를 수 있겠지만 실물경기가 좋지 못하다보니 정책금리가 쉽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금리보다 수요자들의 심리적인 위축이 시장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도 "시중금리보다는 수요자들의 심리적인 위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국내 시장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았음에도 심리적 위축으로 부동산시장까지 급격히 악화됐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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