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대책 절실"…건설 노동자 총파업 예고
"정상화 대책 절실"…건설 노동자 총파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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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건설업계 노동자들이 이달 들어 잇따라 생존권 투쟁에 나선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산업연맹 산하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건설기업노련)은 건설의 날인 18일 17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기업 노동자의 생존권 사수와 건설산업 정상화 등을 위한 대정부 집회를 열기로 했으며 연맹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도 오는 27일께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건기노련 집회에는 조합원과 건설노조 조합원 등 3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건기노련은 건설정책이 4.1대책 등 경기 부양책에서 구조조정 등으로 고통 받는 건설사와 노동자를 위한 산업정책으로 바뀌어야 하며 건설현장 노동자에 대해 주 5일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순관 건기노련 위원장(삼환기업 노조위원장)은 "건설산업의 붕괴는 건설사의 과도한 투자와 잘못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제도, 정부의 산업정책 부재 때문"이라며 "노동자들은 실직과 임금체불 등에 시달리고 유관업체와 금융, 국민경제에 충격을 주고 장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산업은 국가와 건설자본 간 부정한 관계를 끊고 경제민주화를 통해 원청과 하청, 기업과 직원 간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 상생 발전하는 투명한 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건기노련은 올해 임금 15% 인상안을 두고 회사별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추후 파업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자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해왔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연이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건설 노동자들은 해고나 권고사직 등 인력 구조조정에 직면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벽산건설과 풍림산업, 삼부토건 등 대표적인 중견건설사들은 사별로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66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최근에는 워크아웃 논의가 진행 중인 쌍용건설도 대규모 감원설이 나돌고 있다.

또한 쌍용건설이 올 들어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을 비롯, 일부 건설사 직원들은 최단 2개월에서 최장 10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 건설노조도 4대강 사업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임금체불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며 지난해 발생한 체불액만 26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업이 점차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얻는 산업이 되면서 건설산업이 위축될수록 체불 등 건설노동자의 고통이 커진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사의 아파트 '강매분양'으로 가계 파탄에 몰리기도 한다. A사의 경우 600가구(1800억원), B사는 300가구(1500억원) 등 건설사들이 회사 직원들에게 떠넘긴 물량과 액수만 수천억대에 이른다. 건기노련 가입업체 중 부도된 기업의 아파트 강매물량만 1100가구다.

건기노련 관계자는 "회사가 직원 명의로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중도금 대출을 받은 뒤 이자를 제 때 납부하지 않아 신용불량자가 되고 가정경제가 파탄 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건기노련은 이번 대정부 투쟁에서 △공공공사 직접시공 의무제 시행 △분리발주 시행 반대 △프로젝트금융회사(PFV) 법제화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건설노조도 이번 파업으로 정부로부터 △건설기능인에 대한 종합적 육성 및 지원 법제화 △임금·임대료 등 지급확인제 법제화 등을 얻어낸다는 방침이다.

홍순관 위원장은 "'건설의 날'이라고 하지만 정작 건설인들은 행복하지 않다"며 "정부가 이런 건살산업구조를 앞장서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연맹 산하 건설노조도 이달 27일께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건설노조는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가 이달 초부터 사용자단체들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 교섭을 9차례 진행했으나 사용자단체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 27일 무기한 총파업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설현장에서 주요 공정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타워크레인이 멈추면 공사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2015년 세계유니버시아대회 공사현장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세종시 공사 현장 △동두천 화력발전소 △울산화력발전소 △남부발전 삼척 그린타워 등 국책사업 현장과 전국 1200여개 건축현장이 멈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맹 조직원은 건기노련, 건설노조, 플랜트노조 등 3개 조직 소속 5만~6만명에 이른다. 이번 총파업에는 5만명 정도가 소속된 건설노조와 플랜트노조만 나서, 실제 파업 참여자는 1만여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한다면 건설 노동자들은 강력한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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