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 수장의 말과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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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여 있다. 특히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금껏 밝혔던 말과 부합하지 않는 행동으로 질타에 가까운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이 보험감독·검사 업무 수행시 권위적인 관행이 있었다면 이를 완전히 탈피하고, 낮은 자세로 열(熱)과 성(誠)을 다하겠다"

최 원장의 취임 일성이다. 경영의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할 것이란 말이다. 갑의 위치를 내려놓고 대등한 관계에서 감독업무를 하겠다는 얘기도 된다.

이는, 최 금감원장이 부원장으로 있을 때부터 봐온 당국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 졌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불합리한 금감원의 관행이 없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을 둘러싼 논란들을 보면 최 금감원장의 발언이 무색해진다.

논란의 불씨가 된 것은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의 사퇴. 이장호 BS금융 회장은 그동안 금융당국으로부터 자진 사퇴하라는 압력을 여러 차례 받았고, 금감원장까지 사퇴 압박에 나서자, 더이상 버티면 지주사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결국 자진 하차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BS금융지주의 수장자리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갑의 횡포가 아닌 월권이라는 비판과 함께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등 '모피아' 인사들이 선임된 것과 맞물려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까지 번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금융당국의 순수한 감독 차원의 문제이지 금융위 차원에서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후임 회장 인선은 지주사 내부 문제"라며 "금감원은 일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말로 인해 수습은 커녕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이용득 민주당 최고위원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신관치금융시대를 선포했다"며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까지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의 입맛대로 금융사들을 움직이기 위한 낙하산 인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이처럼 논란이 확산된 데에는 관치금융의 잘못된 점보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말과 행동이 다른 것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금융권에서는 최 원장도 행시 선배인 신 위원장의 허수아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엔 이미 늦었다. 언젠가 최 원장이 금감원을 아름답게 떠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그가 했던 약속을 지키고,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소신있는 행동을 해야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최 원장도 이에 귀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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