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아직도 예대마진인가
은행 아직도 예대마진인가
  • 홍승희
  • 승인 2002.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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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세계경기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 특히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경제의 초강대국들이 저마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은 대 이라크 전 이후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돌아서리라는 낙관적 전망도 하는 모양이지만 일본은 중국의 디플레 그림자가 일본을 덮쳐온다고 호들갑스럽게 비난하고 나설만큼 위기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한국은 내년중에도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해외의 전망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크지 않은데다 내수와 수출도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게 그같은 전망의 토대다.

이런 해외로부터의 낙관적 전망이 나쁠 까닭은 없다. 그러나 금융부문만 놓고 보자면 우리는 아직도 구조조정의 거센 회오리 속에 들어 있어서 해외로부터 전하는 소식이 마냥 훈풍으로만 와닿지는 않는다.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전망들은 낙관과 비관이 마구 뒤섞여 있다. 그래서 비전문가들 입장에서 내년을 전망하기는 힘들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경제주체들로서는 내년도 우리 경제가 어떻게 갈 것인지 예측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전세계적 경기 후퇴가 우려되는 시점이므로 한국경제의 전망이 어떻든 조금은 보수적인 전망 위에 내년도 계획을 세워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금융기관, 특히 경제의 동맥인 은행들은 어떤 전망 위에 어떤 계획들을 세워나가고 있는가. 일단은 자산증가율 억제, 수익성 제고라는 다소 보수적인 경영목표들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문제는 영업의 수익성 제고 방안이다. 은행의 수익 가운데 아직도 예대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자산증가율을 억제하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예금금리를 낮추는 경향은 이미 나타났다. 저금리정책 하에서 대출금리를 높일 수는 없으므로 그 밖에 달리 선택할 카드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여신 의존도가 높은 현재 상황을 지속하는 한에 있어서는. 이런 선택은 일면 수긍이 가지만 가계대출 경쟁을 다시 부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중국의 공급과잉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이미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자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대출해야 하는가. 결국 가계가 남는다. 그런데 가계대출은 거의 한계에 육박해가고 있다.

은행이 축소지향의 경영을 해나갈 방침이 서 있지 않은 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 방법으로 수수료 수입 확대방안이 얘기되지만 고작 그동안 받지 않던 질권설정비용을 다시 받고 개인 고객의 서비스 이용 수수료들을 올리는 것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경영압박이 커질 때 그런 처방은 그저 언발에 오줌누기 정도의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

투자에 나서는 것이 해답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은행자산의 투자여력은 거의 고갈된 상태다. 경제침체기에 투자가 능사일 수도 없다.
결국 답은 수수료로 되돌아가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 수수료는 투자와 묶여야 한다. 고객자산관리 수수료, 금융자산 투자에 따른 수익 외에 달리 답은 없다.

문제는 안정 위주의 은행 경영문화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냐다. 증권사의 일부 펀드매니저들처럼 때때로 무모한 투자에 나설 수 없는게 뱅커들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은행의 조심스러운 투자야말로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고객들이 안심하고 은행을 계속 찾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금리 정책이 지속되는 한, 지금처럼 예금금리가 거의 제로포인트를 향해 가는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되는 한 조금은 과감한 투자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경쟁력을 확대하려면 포트폴리오를 내부 검토할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서라도 조금은 더 과감하게 고객자산관리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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