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벌공화국'의 투자기피국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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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최재연기자] "한국의 보통주 및 우선주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No one I know has a thing for South Korean equities of the normal ilk, let alone their preferred cousins)"

지난주 영국의 경제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즈에 실린 글의 일부다. 세계 유력 언론의 이같은 혹평에 한국 주식시장이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 같아 낯뜨거웠다.

이 사설은 한국의 저평가된 우선주에 투자하는 독일계 바이스 펀드(WOKF·Weiss Korea Opportunity Fund)가 '비주류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는 한국 우선주의 저가 매력은 투자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재벌 독점적 시장 구조 때문으로, 부실한 거버넌스를 우려해야 한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최근 국내 증시가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으로 하반기 강세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이에 찬물을 끼얹는 해외 언론의 목소리는 의미심장하다. 약 1년 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한국 증시의 저평가는 재벌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어, 문제와 지적이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통상 바이스 펀드를 통해 한국 시장에 접근하는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은 '모험' 성향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우리 증시가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위험투자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며, 업계는 이에 따른 시장 혼란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소수 재벌이 금융시장 전반을 독점하는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는 한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기피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순환출자한 극소수 지분으로 수십 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지배하며 재무구조의 불투명성을 키우고, 비상장사로 남겨진 알짜 기업을 통해 그들만의 배당잔치를 벌이는 현실에서 금융선진화의 길은 요원하다.

이같은 문제제기에도 개선은 여전히 더딘 모습이다. 오히려 최근 CJ 그룹을 비롯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재벌기업들이 줄줄이 공개되며 재계 전체가 불법 비자금의 온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번 조세피난처 이슈가 단순히 불법 비자금 논란을 넘어 한국 증시가 투자기피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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