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동산담보대출, 中企에 '단비' 될까?
은행 동산담보대출, 中企에 '단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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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완화 및 영업점 성과 반영…"제도적 뒷받침 필요"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채선희 문지훈기자]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출시된 동산담보대출이 혜택 대상의 폭을 늘리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근 취급 요건이 완화됐다. 중소기업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를 위해 동산담보대출의 취급요건을 완화, 이달 1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대출 대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담보인정비율을 확대하고 상환방법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동산담보대출은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기계 등 유형자산, 원자재 등 재고자산, 농축수산물,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뒤, 현재까지 4400억원 가량이 팔려 나갔다. 이에 힘입어 금감원은 올해 취급목표로 기존의 4배인 1조8000억원을 잡았다.

이번 취급 요건 완화로 은행권에서는 유형자산을 중심으로 한 담보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의 경우 전월말(4월30일기준) 76건, 잔액 371억8700만원이었던 동산담보대출은 이달들어(5월30일기준) 86건, 382억9200만원으로 증가했다. 같은기간 유형자산은 12건(28→36), 20억3800만원(53억6000만원→73억9800만원) 증가했다.

NH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총 117건, 279억원에서 126건, 298억원으로 증가했다. 유형자산은 8건(64건→72건), 23억원(279억원→298억원), 농축수산물은 2건(20→22건), 5억원(57억원→62억원)이 늘었다. KB국민은행도 한 달 만에 25건(121→146건), 6억원(246억원→252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련부서 담당자는 "처음 시행하는 것이다 보니 은행들이 대출 조건 등을 좁게 설정했다"며 "계획보다 대출이 안되다 보니 이번에 대상을 완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대상 확대 등으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동산을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취급하는 입장에서도 까다롭지만 좀 더 자리잡히면 꾸준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영업점의 경영성과지표(KPI)에도 일부 반영하는 등 은행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신경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동산담보대출이 안착됐다고 보기는 이르며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금융 팀장은 "전체 중기대출 잔액 460조원 중 동산담보대출 4000억원은 매우 적은 규모"라며 "기업들 사이에선 동산담보대출이 '대출의 마지노선'이라며 기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 팀장은 "현재 대출을 뒷받쳐 줄 사후관리 제도(담보가치의 책정, 동산담보 가치변동에 따른 회수 기준 등)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대출이 나간 부분도 향후 문제 발생 소지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입장에서도 매우 리스크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당국이 압력만 가할 게 아니라 대출 유지과정, 문제 발생 시의 유통구조 과정 등이 순환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을 선행한 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도 "시장이 낯설다보니 은행 입장에서도 잘 회수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동산이 제대로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데다 기업에서 담보로 잡은 물건을 없애거나 부도가 날 경우 등에 대해 손실 부담이 커 항상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동산담보대출에 대해 기업들이 꺼려하고 있는 대출 환경이라는 지적에도 동의했다. 그는 "본인 사업장이나 부동산이 확실히 있다면 이를 담보로 대출(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보증서 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받을 것"이라며 "동산담보대출은 3순위 이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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