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비사업 매몰비의 '수건돌리기'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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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채권을 회수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20%의 법인세만 감면받는다는 건데, 사실상 주민에 대한 매몰비용 청구나 투입자금의 80%를 모두 포기하라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A건설 관계자)

최근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뉴타운·재개발사업 등 출구전략의 맹점으로 지적돼 온 조합사용비용에 대해 시공사도 공동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방안을 중앙정부에 공동 건의키로 했다.

출구전략에 따라 조합이 해산된 경우 시공사가 조합에 대여한 자금을 손비 처리할 수 있도록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채무자의 파산 등으로 회수할 수 없는 채권의 금액(손금)이 손비처리가 되면 시공사들은 법인세 감면도 받을 수 있다.

결국은 한 사업장당 수백억원에 달하는 매몰비용을 '법인세를 깎아줄 테니 떠안으라'는 이야기다. 건설업체들은 20% 내외의 법인세 세율을 감안할 경우 시공사 입장에서는 채권의 20% 밖에 회수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합에서 일방적으로 사업을 해제한 것을 시공사가 손해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번 방안이 시공사의 부담을 늘리면서 3개 시·도는 비용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앞서 서울시는 추진위원회 단계의 사업이 취소될 경우 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키로 했다. 이에 상당수 시민들은 "실패한 '무늬만 공공사업'이 쓴 비용을 세금으로 대신 갚아줘서는 안 된다"고 반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조합사용비용의 경우 회계 자체가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자칫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용역비용, 각종 총회비용 등 항목들은 분명하지만 구역별로 썼다는 비용은 수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더구나 당사자들이 내놓은 증빙 외에는 마땅히 입증할 방법도 없고, 비용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할 근거도 없다.

그동안 조합이 취소된 경우 조합사용비용 부담은 새로운 사회갈등으로 대두됐다. 시공사는 사실상 조합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지려고 해도 기업 회계처리 규정상 할 수 없다.

이에 시공사는 연대보증을 한 일부 조합원의 재산을 압류하는 등 채권회수 조치를 해야 하고, 재산을 압류당한 조합원들은 총회를 열어 해산동의자들에게 매몰비용을 부담토록 의결하는 등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뉴타운·재개발사업의 실패 책임이 무리하게 추진한 정치권과 정부, 지자체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수건돌리기'처럼 일부 이해당사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국민들의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보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전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더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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