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甲 처신 주의보'…내부 단속 강화
기업들 '甲 처신 주의보'…내부 단속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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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와 상생·소통 강조…자성 목소리도

우월한 지위를 내세운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잇따라 터지면서 기업들이 갑(甲)으로서의 처신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승무원 폭행, 남양유업 영업관리 직원의 막말 사건 등이 알려지면서 갑의 안하무인(眼下無人)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루된 기업은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폐업에 이르거나 불매 운동에 직면하기도 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갑을은 계약서에서 당사자를 약칭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계약자를 '갑(甲)'으로, 그렇지 못한 계약자를 '을(乙)'로 표기하는 관행 때문에 지위의 차이나 불평등한 관계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임직원이 유사한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 힘쓰고 있다.

LG 계열사는 업무 관련자로부터 경조금품을 받지 못하게 올해 초 윤리규범을 변경했다. 5만원 이하라도 허용하지 않는다.

'을'의 처지에 있는 협력업체 임직원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취지다.

LG디스플레이 6일 파주공장에서 협력업체와의 상생·소통 등을 주제로 임직원을 교육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달 22일 인천 송도에 있는 그룹연수원에서 정준양 회장이 주재하는 전체 임원 워크숍에서 반성의 뜻을 담아 윤리실천 다짐대회를 열 예정이다.

350명에 달하는 계열사 임원 전체가 참여해 윤리실천 결의문을 채택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서약·선서한다.

삼성 계열사는 2011년 4월 '준법 경영'을 선언하고 금품 수수 금지, 공정경쟁, 법규 준수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임직원에게 준법 교육을 하고 자체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불법·부정 행위, 법규 위반 사항 등을 반영해 지수를 산정하고 이를 임원평가 때 활용한다.

이른바 '감정 노동'을 하는 직원이 많은 유통업계도 잔뜩 움츠리고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말 여직원의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했던 롯데백화점은 매장 관리자 교육 과정에 '갑을 관계'를 되돌아보도록 하는 강의를 이달부터 도입했다.

판촉사원이나 협력업체 직원을 신중하게 대하고 예의를 지키도록 당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역지사지의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매장관리자와 판촉 사원의 역할을 서로 바꿔보는 '롤플레잉'(역할 연기)도 실시한다.

판촉사원 대부분이 여성인 점을 고려해 단순한 지원책보다 즐겁고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대기업 임원회의에서는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 갑을 관계가 단연 화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경제 민주화' 입법으로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 행동거지를 조심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와 여러모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국전력공사가 7일 발표한 '권위주의 타파 14계명'에서도 비슷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전은 지나친 반말이나 하대를 하지 말고 자기가 마실 차는 스스로 준비하자는 내용 등을 반영했다.

또 '먼저 보는 사람이 인사를 하자'며 지위의 높낮이를 지나치게 따지는 문화를 지양하자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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