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정년 연장…은행권, 기대보다 '우려'
60세 정년 연장…은행권, 기대보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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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적체·신규채용 축소 불가피…"보완책 마련돼야"

[서울파이낸스 채선희 문지훈기자] 공공·민간 부분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은행권에서는 기대감보단 우려 섞인 반응이 먼저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에 따른 실적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국회에서는 정년 60세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이에 은행권도 오는 2016년부터 정년 60세를 의무적용하게 됐다.

현재 KB국민·우리·신한·하나 등 대다수 은행들은 정년을 만 58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외국계은행인 SC은행과 씨티은행을 제외하고는 국내 시중은행 모두 임금피크제를 적용,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두 국책은행은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필수로 적용하고 있으며, SC은행의 경우 임금피크제 대신 내달부터 62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할 예정이다.

현재 60세 정년 연장이 법제화되는 것에 대해 은행측은 난색을 표하는 동시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고용안정과 정년 연장 취지로 다른 산업계보다 선제적으로 도입됐던 임금피크제도 유명무실화 된 지 오래기 때문.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되면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로 2001년부터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국내에 도입됐다.

그러나 해당 직원이 임금 삭감과 동시에 후선으로 발령받다보니 "차라리 퇴직금을 받고 나가는 게 낫다"는 의식이 팽배해진데다, 은행측도 생산성 저하로 비용 부담이 발생하자 희망퇴직이 유리하도록 임금피크제 체계를 변경해 본래 도입의미에서 퇴색됐다.

직원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부담도 은행측이 도입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다.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비용 증가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뱅킹 등으로 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승진 적체 현상 심화는 물론 향후 신입행원 채용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며 "명예퇴직 대상자 및 퇴직금 규모 증가 등의 문제도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년 연장에 따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차원에서 먼저 가이드라인을 짠 뒤 개별 은행이 이를 따를 것"이라며 "선례(임금피크제)가 실패한 상황에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도 정년 연장에 대해 반색하면서도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추가 보완책 없이는 실효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들은 임금피크제 적용 여부에 상관없이 정년 전 10%에 가까 운 인력을 후선역으로 발령해 급여를 삭감한다"며 "급여 삭감으로 인해 퇴직금도 줄어들어 사실상 정년을 채우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정년을 늘리되 현실적으로 보장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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